2008. 6. 18(수). 02:00
사방은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저녁을 일찍 먹고 숙직실 침대에 누웠건만
초저녁부터 제법 소리를 내기 시작한 빗소리에 좀 처럼 잠을 이룰수가 없다
커튼 사이로 바깥 동정을 살펴보니 가까이 휘황 찬란한 숙박업소 불빛만 반짝 거릴뿐
인적은 없다
다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해 보지만 이따금씩 가위에 눌린듯한 느낌이 엄습해 오곤 한다
00:30 하는 수 없이 옷을 챙겨 입고 일찌감치 교대나 해야겠다
한바퀴 순찰을 돌고 책상 앞에 앉았건만
뒤 베란다 낙숫물 소리가 더욱 요란하다
갑자기 누군가로부터 안부 전화라도 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면 불쑥 지인이 찿아 올 것 같기도 한
정말 고즈늑한 비 오는 밤이다
갑자기 한편의 영상이 뇌리에 떠 오른다
어릴적 장마철에 처마 끝에 떨어지는 낙숫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삿갓에 도리이(억새로 엮은 비옷)를 어깨에 두른 채 삼베 바지를 무릎께에 걷어 올리고
손엔 물괭이를 들고 전답을 둘러보고
집안으로 들어 오시는 아버님의 모습이 선하게 떠 오른다
그런데 얼굴 모습은 선명히 보이지 않고 전체적인 윤곽만 아버님이라고 느낄 정도의 희미한 모습만 보인다
그 대신 떼 쓰는 저에게 항상 다리밑에서 줏어 왔다고 얘기하던 어머님의 다짐이질 하는 모습은
이마에 주름살까지 선하게 떠 오른다
어머님 품안에서 나와 단 한번도 효자노릇 못해 보고 갑자기
보내신 어머님에 대한 애환 때문일런지?...
이 밤도 빗소리 들으며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울수 밖에 없구나...
-두번째 상황담당관 근무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