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방

사랑의 독백

버팀목2 2008. 6. 8. 14:58

-그 남자-

 

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아침에 그녀는 커피를 꼭 마신다

밀크가 아닌 블랙으로 두잔

그녀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목욕을 한다

 

그녀는 말하기전에 항상 "응...." 이라고 말한다

지금 내 뒷자리에 앉아 잠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난 알고 있다

 

그녀는 하기 싫은 일을 부탁 받았을 때는 그냥 웃는다 

그리고 내색을 안하는 그녀지만 기분이 좋으면,

팔을 툭툭 두번 건드리며 이야기를 건넨다

 

그녀의 집은 10시가 되기 전에 모두 잠이 든다

그래서 그녀와 밤 늦게 통화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바지보다는 치마를 좋아하며 연분홍을 좋아한다

긴 머리는 아니지만 적당히 항상 머리를 기르고 다니며

수요일까지는 밤색 머리띠를, 주말까지는 흰색 머리핀을 하고 다닌다

 

표준어를 잘 쓰지만, 이름을 부를 때만은 사투리 억양이 섞인다

그리고 반가운 사람의 이름은 두 번 부른다는 것도 나 알고 있다

 

그리고 난,

그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 여자-

 

그는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그는 내가 아침에 뽑는 커피의 한 잔이 그의 것인지 모른다

 

그는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내가 항상 그 말을 그를 위해 해 준다는 것을 모른다

 

지금 그의 뒷자라리에 앉아, 창에 비친 그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

 

그는 어려운 일을 말 없이 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의 침묵이 긍정이란 의미를 모른다

 

난 내가 기분이 좋을 때,

그와 손을 잡고 이야기를 얼마나 하고 싶어 하는지 그는 모른다

늦은 밤에도 그의 전화를 기다리며,

불끈 방안의 어둠 속에서 얼마나 그를 그리워했는지 그는 모른다

 

그는 연분홍 치마 입는 여자를 좋아한다

난 검은 바지를 좋아하지만......

 

몇 년전 친구들과 돈을 모아 사준 밤색 머리띠를 그는 기억을 못하며

그가 인상 깊었다는 여인의 머리핀이 흰색이었다고 말한 것도

기억 못한다

 

내가 그의 이름에만 억양을 넣는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내 일기장에 그의 이름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른다.

 

 

-지난 해 부임하신 서장님이 무궁화포럼 시간에 직원들에게 배포한 글귀가 하도 좋아 노트 갈피에 끼워두었는데 인사이동으로 짐 정리를 하면서 발견되어 여기 옮겨 놓는다......

2008. 6. 8. 오후에 버팀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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