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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 먹는다

버팀목2 2008. 7. 28. 20:14

 

 -전개-

 

때는 2008. 7. 28. 16:00

무대는 우리집

 

거실에 노부부가 선풍기를 틀어놓고 나란히 누워 있다

노부부의 사위가 야간 당직을 마치고 퇴근을 하여 안방 침대에서

한숨 자고 찌뿌등한 몸을 이끌고 헬스장으로 가려고 거실로 나서고 있다

 

장모는 나이탓에 판단도 흐릿해 보이고,

더욱이 무릎 관절이 불편해서 화장실도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아야만 

움직일수 있다

 

잠 자고 있는 척 하고 있던 장모가

거실로 나오고 있는 사위를 향해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자 사위는 장모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당연히 화장실로 인도하려 하자 장인께서 벌떡 일으나 

사위대신 장모님을 화장실로 인도하려 한다

 

이때 장모는 화장실이 아니라며 남편더러 본래 자리로 돌아가라는 시늉을 낸다

 

이를 무시하고 기우뚱하는 부인을 식탁 의자에 앉히며

 

낮잠에서 덜깬 사람 취급을 한다

 

이를 지켜 보던 사위는 안방으로 들어가

화장대 위에 있는 담배갑에서 낱담배 한개피를 뽑아

장인에게 장모님이 필요한게 이것 아니냐는 시늉을 보낸다

 

장모는 장인의 손길을 뿌리치고 사위가 있는 안방으로 들어선다

 

사위는 장모에게 낱담배를 건넨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화장대위에 있는 담배갑을 �는 눈치다

 

화장대 위에 있는 이것 저것을 더듬듯이 만지며 담배가 없네라고 혼자소리로 말한다

 

이때 장인은 집에서 장모가 피우던 담배를 가져 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도 계속 더듬더듬 계속 담배를 ?고 있다 

 

그런데 담배는 화장대 좌측에 놓여 있는데

차츰 손길이 그리 넓지 않은 화장대 위를 더듬다가 

우측으로 이동한다

 

이때 사위는 장모가 시력까지 잃지 않았나 조바심으로 지켜 보고 있다

분명 담배갑은 화장대 좌측에 놓여 있는데 우측을 향해 가고 있으니까...

 

이윽고 뭔가 �았다

사위가 이따끔씩 들여다 보는 법전 갈피에서...

 

농협에서 예금을 �을 때 무료 지급되고 있는 흰봉투다

 

이 봉투를 옆에서 말없이 장모의 행동을 살피고 있던

사위에게 건넨다

 

더디어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장모가 하는 말

 

도둑도 손발이 맞아야 해묵지.............. 

 

장모는 사위가 잠든 사이에 몰래 사위에게 이번 여름철 휴가때 줄 용돈을

화장대 위에 두었는데 그 봉투 둔 지점을 깜박 했었다가

빚어진 일이다

 

나중에 봉투를 열어보니 언제적에 준비를 해 둔것인지

구권 화폐지만 준비할 당시에는 구김살 없는 번호순의 신권 일만권 화폐

10장(1790001-10 자아자)이 들어 있었다

 

이 10장은 용돈을 주기 시작한 이래 물가변동에 관계없이 한번도 변동이 없었다 

 

-해설-

         

결혼 후 몇해째 부터 인지 몰라도 여름 휴가철이면

매년 빠짐없이 울 장모님께서는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는 듯

저에게 흰봉투 하나를 바지 호주머니에 찔러 주신다

더운데 시원한 냉면이라도 한그릇 사 먹으라는 말도 항상  빼 놓으시지 않고.......

 

그러던 장모님께서 지난해부터 정신을 잠깐식 놓친다는

말을 장인 어르신으로부터 들었다

 

그래도 나이 탓이려니 하였는데 이를 보다못한 장인께서

올해 이른 아홉의 나이에 직장을 사직하셨다

그것도 나이가 세살이나 작은 거동이 불편한 장모님을 보살피기 위해서...

 

물론 다니시던 직장은 정년이 없고 아직 체력이 정정하다 보니

늘 저는 장인께

"아버님! 원장이 출근을 하지 못하도록 바르케이트 칠때까지 다니시라"

권유를 해 오던터라 장모님 병세가 여간 아니다 싶어 짐작으로만 여겼다

 

장모님이 편찮으시다는 말을 듣고 난 후부터

난 울 마누라에게 늘상 "세상 떠나고 난 뒤 울지 말고 우리 곁에 계시는 동안 후회없이 잘 해 드리라"고 시간나면 처가댁으로 가서 청소며 밑반찬이랑 챙겨 드리라고 입으로만 되뇌이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마누라가 슬며시 친정부모님을 우리집으로 모시면 안될까 하고 조용히 이야기를 했다

못들은 척 하고는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니 지난 설때 본 "쑥부쟁이"라는 영화가 갑자기 뇌리에 떠 올랐다(영화 줄거리는 생략)

 

그 영화의  장면들이 한차례 지나간 후 난 어찌 생각해보고 자시고도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 아버지, 어머니만 편하다면 그렇게 하자"고 해 놓고

이튿날 출근하였다가 퇴근을 하니

아니 하루도 지나기 전에 사전에 내 빼고 무슨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장인, 장모님이 집에 와 계셨다

 

그럭저럭 며칠을 지나는 동안 우리집 거실 살림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을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거실에 에어콘만 있었고, 

선풍기는 방은 세개지만 대표로 한대만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신품도 아닌 중고 선풍기가 거실과 방에 2대나 늘어나 있었다

 

대충 마누라를 통해 듣기로는 장모님이 오시기를 반대하셨다는데....

며칠 우리집에서 지내는 동안

아마 정착이 되어가나부다 하고 내심 여겼다

 

오늘은 당직을 마치고 오후1시께 퇴근을 하니까

자기몸 불편해 지고 난뒤 머리손질이라곤 하지 않던 장모님이 직장에서 비번을 맞은

집사람이랑 미장원엘 갔단다

 

장인은 빈집을 둘러보러 가고...

 

점심을 먹고 난 안방에서 눈은 시리고, 정신은 말똥말똥하지만 잠을 보충하기 위해 억지로

낮잠에 빠져 들었다

 

내가 잠든 사이 미리 준비 해 둔 용돈 봉투를 가족들 몰래 준답시고 빚어진 해퍼닝이다..

 

참고로 장모님은 장인도 피지 않는 담배를 여태껏 피우다가 얼마전 노인병 전문의가 건강에 담배가 극히 해롭다는 말을 듣고 담배를 끊고 있는 중이다... 

 

 

 

 

 

 

 

 일련번호도 1790001부터 1790010 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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