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지리산 종주산행(화대) 둘째날

버팀목2 2011. 9. 19. 17:38

 

둘째날입니다

 

대피소에서의 첫날밤은 익숙해 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낯선 사람들과 옆자리에 누워 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나로 하여금 닭살 오르게 하는 밤이었습니다 

여기저기 심한 코골이에 벌떡 일어나니 스팀 가동으로 실내 공기가 후덥지근하여 견딜수가 없어서

밖으로 나오니 열이레밤 달빛은 간곳 없고,

 

온세상이 짙은 회색빛으로 물들어 원근 구분이 되지 않는 세상으로 변해 있었고

비도 오지 않는 밤에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만 요란하고 주변은 쥐 죽은듯 고요 그 자체입니다.

 

용하게도 이슬에 젖지 않은 벤치를 찿아 하늘을 향해 누웠습니다

 

얼마나 잤을까 인기척 소리에 눈을 뜨니 일찍 출발할 사람들이 일어나 화장실 가는 발자욱 소리였습니다.

 

회색빛으로 채색되어 있던 세상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열이레 밝은 달이 세상을 비추고 있었고

밝은 달빛에도 불구하고 동쪽 하늘엔 금새 우르르 쏟아질것 같은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나홀로 보기엔 너무 아까운 밤하늘의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평생 잊지못할...

   

대피소 안으로 들어 가니 발빠른 사람들이 벌써 배낭을 챙겨 밖으로 나오고 있었으며

우리 일행도 떠날 채비를 하고 밖으로 빠져 나왔습니다

 

04:50분 노고단을 향해 오르면서 뒤돌아 본 노고단 대피소는 어둠속에 묻힌 채로 있었습니다     

 

 

삼도봉에서 일출을 맞이할거라는 막연한 기대속에 걸음을 재촉하였건만 임걸령 못미처 동녘이 채색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반야봉에 걸린 구름을 보며 퍼뜩 머리에 떠오른 말은 "마녀의 침범" 이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해 가는 구름 모습이 호기심을 더해 줍니다

 

 

 

마녀가 반야봉을 완전히 점령하여 짓누르고 있습니다

 

마녀는 어둠속에서만 제 힘을 발휘하는지 날이 밝아 오자 힘을 잃고 맙니다

 

피아골삼거리에서 뒤돌아 본 노고단 모습 입니다

 

 

2시간을 걸어 임걸령에 도착해서 배낭을 내려놓고 임걸령 샘물 맛을 봤습니다

물맛은 변함 없었고,

작년에 여기서 아침을 지어 먹었는데 우리일행은 잠시 쉬었다가 행동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한 후 더 진행한 뒤

화개재 부근에서 아침을 먹기로 합니다

 

노루목에서 본 운해

구례쪽인데 바다로 착각할 정도입니다 

 

 

날이 밝으니 투구꽃이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삼도봉 오르는 길은 야생화 천국입니다

오이풀, 개쑥부쟁이, 구절초가 지천으로 깔려 제 각각 잘난 체를 하고 있습니다

 

 

쑥부쟁이와 구절초 ,산오이풀이 함께 어울렸습니다

 

삼도봉에서 뒤돌아 본 반야봉 모습입니다.

 

쭈욱 걸어 온 길입니다

 

삼도봉에서 본 하동과 구례를 삼킨 운해입니다

 

 

 성삼제에서 당일 종주산행때는 여기 삼도봉에서 일출을 맞이했었습니다


 

화개재에서 말린 누룽지를 삶아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니 눈앞에 예븐 투구꽃이 제 모습을 자랑합니다.

 

 

봉우리가 예븐 용담도 나타 났습니다

 

 

 

11:00경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해 식수도 보충하고 비누칠 없이 머리도 감았습니다

지난해 여기서 바위솔님이 가져 온 매실주 댓병 한병을 짐이 무겁다며 쏟아 붓길래 이 몸이 그 술 아깝다며 속에 넣어 간다고 마시던 추억이 되살아 납니다 그래서 장터목까지 가서 비박할것을 벽소령까지 밖에 못갔습니다 술에 취해서...

역시 오늘도 여기서 바위솔님이 가져 온 복분자 댓병을 박살내고야 말았습니다 셋이서... 

 

 

12시 방향 늘어진 능선에 아스라이 벽소령 대피소가 조망됩니다.

 

 

 

 

바위 가운데 소나무를 찍었는데 뒤에 푸르디 푸른 창공의 뭉게구름이 마음에 더욱 와 닿습니다

올해들어 저렇게 푸른 창공은 처음 대면하는 것 같습니다

 

 

벽소령 대피소에서 식수도 보충하고 점심으로 라면을 끊였습니다

 

 

 

 

눈앞에 다가 온 영신봉 구간입니다

10월 말경 백무동에서 펼쳐지는 천신굿 축제를 보면서 느낀대로 영신봉에는 영적 존재가 살고 있을법한 모양새입니다

 

오후가 되자 날씨가 흐려지면서 천왕쪽 쪽은 짙은 구름이 내려 앉은 것으로 보아 내일 아침 일출은 포기해야 할것 같습니다

 

 

 

영신봉 구간이 저에게는 제일 난코스 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지나고 나면 또다른 험로가 앞을 가로 막고 해는 서산에 지고

어둠이 깔려 오기 시작했는데 두 다리는 천근만근입니다.

 

 

영신봉 표지석을 지나자 세석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야생화가 눈에 띄입니다. 

 

 

노고단대피소에서 출발한지 14시간만에 세석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세석은 밥 먹을 만한 장소는 만원이었고, 삼겹살 굽은 냄새가 진동을 하고,

 

어제밤 경험을 비춰볼 때 이슬이 너무 많이 내리기 때문에 밖에 타프를 치는 것은 어려울것 같아

만일에 대비하여,

대피소 방값 21,000원을 지불하고 잠자리 3개를 예약부터 하고나니 듬성듬성 자리가 생겨 나기 시작합니다

굳이 타프를 치지 않아도 이슬 맞지 않고 잠잘 공간의 식탁을 운좋게 잡았습니다.

 

샘터로 가서 냉수 전신마찰을 하고 식수공급부터 우선입니다

 

어제 노고단에서는 바위솔님이 준비한 소고기 등심을 안주로 짝뚱이 냉동시켜 온 화이트 쐐주가 꿀맛이었고, 추석 제삿상에 올랐던 생선으로 끊인 탕도 죽여 주었는데,

 

오늘 저녁은 내가 준비한 장어김치찌게를 안주삼아 17년산 발렌타인 양주로 피로를 녹이고 식사후 그 자리에서 의자위에 매트를 깔고 침낭을 풀어 놓으니 산중에서 이보다 더 좋은 잠자리는 없을성 싶습니다.

더욱 저녁 하늘로 보아 내일 아침 일출은 물건너 갔으니 실컷 늦잠을 잘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