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9(금) 흐림
☆ 중 년 의 질 병 / 마 종 기
1. 꽃
해 늦은 저녁
병원 뜰에서 꽃에게 말을 거는 사람을 본다
조용히 건네는 말의 품위가
깨끗하고 거침이 없다
나도 말을 먼저 했어야 했다
꽃 하나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는 사람
꽃에게 말하는 이의 길고
추운 그림자
저녁의 꽃은 춥고 아름답다
2. 새
비오는 날에는 알겠지만
새들은 그냥 비를 맞는다
하루 종일 비 오면
하루종일 맞고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에는
새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새들은 눈을 감는다
말을 하지 않는 당신의 눈의 그늘
그 사이로 내리는 어둡고
섭섭한 비
나도 당신처럼 젖은 적이
있었다
다시 돌아서고 돌아서고 했지만
표정 죽인 장님이 된 적이 있었다
3. 시
하루를 더 살면 그 만큼 때가 묻고
한 해를 더 살면 그 만큼 때가 더 는다
매일처럼 목욕하고
때를 벗겨 내는
친구의 피부는 새롭고 밝다
내 시를 보면
왜 때만 많이 만져질까
때를 씻고 지우다 보면
지운 자국이 미끄럽지 않다
그러나
나는 때가 많은 시
때묻은 것이 나 같구나 하면서
친구처럼 피나도록 씻지 못한다
♤ 에 필 로 그
비 오는 날은
꿈도 물이 되고 그리움도
물이 된다
모난 길도 물이 되고
높은 담벽도 물이 되어
물로 된 세상 하나가 되어
비오는 날은 사람들은
물이 된다
하늘과 따이 이어지고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어제와 오늘이 함께 출렁인다
텔레파시의 주파수도 바뀌고
물이 된 사람들이 공중 전화 옆에 서서
사랑의 편지를 쓴다
비 오는 날은
모든 것이 물이 된다
☆ 비 오는 날 / 이 무 원
지인이 매일 보내준 두편의 시로 오늘을 마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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