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0.06.19(금)

버팀목2 2020. 6. 19. 08:43

2020.06.19(금) 흐림

 

☆ 중 년 의  질 병 / 마 종 기

 

1. 꽃

해 늦은 저녁

병원 뜰에서 꽃에게 말을 거는 사람을 본다

 

조용히 건네는 말의 품위가

깨끗하고 거침이 없다

나도 말을 먼저 했어야 했다

 

꽃 하나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는 사람

 

꽃에게 말하는 이의 길고

추운 그림자

저녁의 꽃은 춥고 아름답다

 

2. 새

비오는 날에는 알겠지만

새들은 그냥 비를 맞는다

 

하루 종일 비 오면

하루종일 맞고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에는

새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새들은 눈을 감는다

말을 하지 않는 당신의 눈의 그늘

그 사이로 내리는 어둡고

섭섭한 비

 

나도 당신처럼 젖은 적이

있었다

 

다시 돌아서고 돌아서고 했지만

표정 죽인 장님이 된 적이 있었다

 

3. 시

하루를 더 살면 그 만큼 때가 묻고

한 해를 더 살면 그 만큼 때가 더 는다

매일처럼 목욕하고

때를 벗겨 내는

친구의 피부는 새롭고 밝다

 

내 시를 보면

왜 때만 많이 만져질까

때를 씻고 지우다 보면

지운 자국이 미끄럽지 않다

 

그러나

나는 때가 많은 시

때묻은 것이 나 같구나 하면서

친구처럼 피나도록 씻지 못한다 

 

 

♤ 에 필 로 그

 

비 오는 날은

꿈도 물이 되고 그리움도

물이 된다

 

모난 길도 물이 되고

높은 담벽도 물이 되어

물로 된 세상 하나가 되어

 

비오는 날은 사람들은

물이 된다

 

하늘과 따이 이어지고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어제와 오늘이 함께 출렁인다

 

텔레파시의 주파수도 바뀌고

물이 된 사람들이 공중 전화 옆에 서서

사랑의 편지를 쓴다

 

비 오는 날은

모든 것이 물이 된다

 

☆ 비 오는 날 / 이 무 원

 

 

지인이 매일 보내준 두편의 시로 오늘을 마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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