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3.05.21(일)

버팀목2 2023. 5. 21. 15:11

2023.05.21(일)

 

 

 

참복 고니

 

 

백두산악회 따라 밀양 재약산, 천황산 산행에 따라나설까 몇 번을 망설였다가 사타구니 습진이 진정 기미를 보이 지를 않아 포기했다.

 

산에 가지 않는 토,일요일 아침나절이 엄청 길게 느껴진다.

집사람은 움직일 기색을 보이질 않는다.

 

10시가 가까워지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침밥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외식을 하잔다.

시내버스를 타고 새터로 갔다.

호동식당으로 가서 특복국을 주문했다.

 

코로나가 한창 유행할 때 복국집 손님도 떨어지고 특복국에 들어가는 참복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매번 허탕을 쳤는데 최근에 두 번째 왔는데 특복국 주문이 받아들여졌다.

 

덤으로 복 고니까지 서비스로 나왔다.

 

복국을 먹고 나오니 바깥은 여름 날씨다.

그냥 시내버스를 타고 돌아갔으면 하는데 집사람은 굳이 운동삼아 걸어가잔다.

 

집사람은 오거리 다이소에 들러 생필품을 구매하여 나왔고,

 

항남 1번가(오행당 골목) 골목길로 접어들었는데 금싸라기 점포들이 하나 건너 점포세 딱지가 붙어있었다.

통영 최고의 상권 지역이었는데 단골로 찾아들었던 티파니 카페도 간판은 달려 있는데 폐가였다.

동진여인숙 입구는 그래도 풀은 나지 않은 걸 보니 폐점하지는 않았는가 보다.

 

그 옛날 통영의 최고의 상권 명성은 기억속에서만 남아 있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통영지역 불교 사암연합회 항남오거리에 설치한 조형물

 

적산  가옥

 

 

백자부

 

찬 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 한 싸이 앉아 깃을 접는다.

 

드높은 부연(附椽) 끝에 풍경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갸우숙 바위틈에 불로초(不老草) 돋아나고

채운(彩雲) 비껴 날고 시냇물도 흐르는데

아직도 사슴 한 마리 숲을 뛰어드노다.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속에 잃은 그날은 이리 순박하도다. 

 

 

80년대 초반 통영지역의 술 문화를 주도하던 티파니와 월광, 사파리 등 항남동 시대의 주역들이었다. 

 

폐허가 된 티파니 카페 전경

 

 

항남동에는 아직도 적산 가옥(일본식 건물)이 그대로 있다

 

 

 

전혁림 화백에게

                                          김춘수

 

전화백,

당신 얼굴에는 

웃니만 하나 남고

당신 부인께서는 

위벽이 하루하루 헐리고 있었지만 

 

Cobalt blue,

이승의 더없이 살찐

여름 하늘이 

당신네 지붕 위에 있었네.

 

 

간창골

    동헌에서 서쪽을 나가면 안뒤산 기슭

으로부터 그 아래 일대는 간창골이란

마을이다. 간창골 건너편에는 한량들이

노는 활터가 있고, 이월 풍신제를 올리

는 뚝지가 있다. 그러니까 안뒤산과 뚝

지 사이의 계곡이 간창골인 셈이다

 뒷당산 우거진 대숲 안에 충무공을

모신 사당 충렬사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일대는 이곳의 성지라 할 만한 지역이다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 統營 중에서

 

 

 

갯문가

    동헌에서 남문을 지나면 고깃배, 장배

가 밀려오는 갯문가, 둥그스름한 항만이

다. 항만 입구 오른편이 동충이며 왼편

이 남망산이다.  이 두 끄트머리가 슬며

시 다가서서 항만을 감싸주며 드나드는

배를 지켜고 있었다. 항구에 서면, 어

떻게 솔씨가 떨어졌는지 소나무 한두 그

루가 우뚝 서 있는 장난감 같은 공지섬

이 보이고 그 너머 한산섬이 있다. 

 

 

명정골 우물

   충렬사에 이르는 길 양켠에는 아름드

리 동백나무가 줄을 지어 서 있고, 아

지랑이가 감도는 봄날 핏빛 같은 꽃을

피운다. 그 길 연변에 명정골 우물이

부부처럼 두 개가 나란히 있었다. 음력

이월 풍신제를 올릴 무렵이면 고을 안의

젊은 각시, 처녀들이 정화수를 길어내느

라고 밤이 지새도록 지분 내음을 풍기

며 득실거린다.

 

 

 

판데

    피리 부는 것 같은 샛바람 소리

들으며 바지락 파다가

저무는 서천 바라보던 판데목 갯벌

아이들 다 돌아가고

빈 도시락 달각거리는

책보 허리에 매고 뛰던 방청길

세상은  진작부터 외롭고 쓸쓸하였다.

 

 

오늘도 통영 시내를 걸어오면서 통영 문학인들의 글들이 전시되어 있는 보도블록을 스마트폰으로 담아 와서 필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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