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3.12.21(목) 재통영고농회

버팀목2 2023. 12. 21. 10:10

2023.12.21(목) 맑음 

 

 

 

☆ 당 신 과 함 께 한 시 간 에 는

당신과
함께한 시간에는
씨앗이 들어 있었나 봅니다

당신을 만나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면서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내 마음에 낳은 씨앗에
밤이면 밤마다 별빛이 고였습니다
낮이면 날마다 햇빛이 스며들었습니다

씨앗은 드디어
당신 생각에 젖은 내 마음속에서
부풀기 시작했습니다
껍질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을 만나러 가는 오늘엔
떡잎 하나 올라왔습니다
사랑일까요?

들뜬 마음 가라앉히며 그 작은 식물을 한 번
키워 볼 생각입니다
물을 주고 바람을 막아주며 꽃을 기다려 볼 생각입니다


☆* 황금빛 위로 * 중에서  /   최 명 숙 글


♤ 에 필 로 그

이슬로 내려온 내가 다른 잎을 만났더라면
물이 되어 스미거나 퍼졌을 텐데
토란잎 같은 당신을 만나 희고 투명한 수정이 되었네요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비에도 젖지 않는
단단하고 넓은 마음으로
당신은 나를 하늘의 존재로 대우하며
이리저리 흔들리며 긁히는 내게
향기로운 기름을 발라주고 둥글게 빛나는
보석이 되도록 도우셨지요
부족한 내가 온 힘을 다해
내 안의 빛을 드러내도록 도우셨지요

아 ~
토란잎 같은 당신은
내게 보배로운 행운입니다

☆ 토란 잎 / 최 명 숙 
☆* 황금빛 위로 * 중에서  ♡

 

 

 

 

 

 

 

 

 

네팔 히말라야(랑탕) 트레킹 6일 차

                                                                                                            김 봉 은

 

오늘은 강진리(4,569m) 왕복 트레킹이다. 조식 후 오전 8시에 회원들은 롯지에 배낭을 그대로 두고 스틱만 들고 나섰지만 나는 배낭을 메고 올랐다. 왕복 10km 소요, 예상 시간 3시간이다.

랑탕 2봉(6,596m)에서 흘러 내려온 봉우리에 올랐다. 산 아래서는 보이지 않던 언덕배기 뒤에 산정호수가 있었고 그 뒤로는 랑탕리웅(7,219m)이 안개와 구름인 듯한 운무 속에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사진으로 대자연을 어찌 표현하랴만, 나는 찍고 또 찍었다.

올라오면서 보니 숙소가 멀찌감치 보였다. 롯지 외벽을 진청색과 분홍색으로 칠하여 자연에서 툭 틔어나 보였다. 아침에 숙소에서 바라본 강진리(4,569m)! 강진곰파 마을이 고도 3,870m이니까 오늘은 699m 올라가는 셈이다.

산봉우리들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었고, 나즈마한 언덕배기는 풀이나 나무들이 자라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그날따라 구름이 얼마나 예쁘던지 어느 화가인들 저런 걸작품을 그릴 수가 있을까. 통영 벽방산이 650m니까 안정사에서 벽방산 정도 올라간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오늘은 몸풀기 정도의 수월한 코스다.

여기서 '리'는 네팔 현지에서는 언덕배기, 달맞이 언덕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집주변에는 양철 담이 빙 둘러쳐져 있는데 키우는 짐승들의 이탈도 막고, 자기 소유지 영역 표시인 것 같았다.

 

인도에서 시작하여 중국까지 2,500km 길이로 이어진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맥인 히말라야산맥에는 에베레스트(8,848m)를 포함하여 7,300m급 준봉이 30여 개나 된다고 하니 4,569m는 山 취급조차 받지 못한다.

리에 올라서 본 경치는 양쪽으로는 산맥이 사열하듯 서 있고, 가운데로는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골이 깊거나 넓거나 상관없이 물줄기는 어디서든 흐르고 있었고, 트레커들은 그 길을 따라 트레킹을 했다. 계속 이어지는 곳을 향하여 걷기 때문에 길을 잃는 일은 거의 없다.

갈지(之) 자로 등산로가 돼 있어서 후미는 저 아래에서 뒤따라 올라오고 있다. 랑탕 계곡에서 마지막 마을 강진곰파 마을의 전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 거대한 히말라야를 글로써 표현하려니 적당한 문구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트레커들을 상대로 롯지(산장)를 운영하거나, 야크를 기르며 생활하고 있고, 긴급 생필품은 헬기로 운송해 오고 있었다. 야생 그대로다. 공장지대가 없으니 어릴 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던 파란 하늘을 맘껏 볼 수 있다.

주민들의 염원을 글로 새겨 놓은 깃발은 산꼭대기 바위에 고정해 두어서 아래서 보면 높은 공중에서 펄럭이는 만국기 같다. 가다 보니 한 곳에 많은 돌무더기가 쌓여있고 깃대에 깃발 또한 많이 꽂혀 있어 일행들은 무사 안녕을 빌며 사진을 찍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낭당 같은 곳이리라.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보니 금방 준봉이 보이다가 가려지기를 반복한다. 눈 아래 구름을 보면서 구름 위를 걷는 기분, 신선이 된 것 같다. 강진리(4,569m) 정상에서 '통영 랑탕 원정대' 단체 인증사진을 찍고 현지인 가이드 머든(madan)과도 찍었다.

이제 랑탕리웅(7,227m)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저 골짜기 어딘가에 랑탕리웅으로 가는 베이스캠프(BC)가 있다. 걷다 보니 랑탕리웅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이 보였다. 걸음 빠른 일행이 다녀와서는 빙하가 있다고 한다. 이제 히말라야의 경건하고 신비스러운 빙하 사진도 찍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다. 언제 다시 이곳을 찾으랴남는 건 사진뿐이니 게속 찍어야겠다.

자줏빛 야생화가 언덕배기에 숨어 있어 카메라에 담았는데, 집에 와서 네이브 검색창으로 검색해 보니 박태기나무꽃일 확률이 있다고 하는데 내가 잘 알고 있는 박태기나무꽃은 아니다. 그래서 다음 꽃 검색창으로 검색하였더니 이스틸베, 이스라지 등으로 30% 확률이다. 그 추운 나라에서 자랄 리 만무한데…. 아무튼 꽃 모양은 이스라지 비슷해 보였다.

강진곰파 마을 앞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저 길이 간자라 트렉이다.(간자라패스 5,106m) 오른쪽 아래 사원 쪽이 우리 일행이 강진곰파 마을로 올라왔던 랑탕 트렉이다. 야크가 산에서 내려와서 물을 먹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정겹다. 불현듯 어릴 적 불렀던 동요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가 입속을 맴돌았다. 가족이 그리워진다. 오늘 밤 꿈속에서라도 만나러 갈까. 

왕복 3시간 만에 하산하여 내일 새벽, 이번 트레킹 코스에서 최고봉인 체르고리(4,984m) 등반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 양미경 선생님 첨삭본 

 

양미경수필교실에 수강하러 가서 네팔 히말라야(랑탕) 6일차 이야기를 낭송했다.

양미경 선생님이 첨삭해 준 내용이었다.

수필교실에 가서 수강한 보람을 느낀다.

 

집에 돌아오면서 보니 우편함에 김보한 선배가 보낸 실천시집선 '낙남정간을 읽다'가 있었다 

개봉해 보니 첫 페이지에 나에게 준다는 친필 사인도 있었다 고맙다고 단톡방에 올렸다.

 

저녁에는 무전동 초막반다찌에서 재통영고농회 모임이 있었다.

총회인 셈이다. 애당초 회장을 차기 회장에게 인계할 요량이었는데 27기 이현우, 28기 이치우 선배님 두 분이 강력히 재임을 요구해 관철되었다.

27기 선배님은 내보다 10회 선배인데 알고보니 둘째 형님(支垠)의 친구라고 했다.

첫 잔부터 소맥을 주문했다. 

저 선배님은 저렇게 건강하신데 우리 형님은 벌써 고인이 된 지 5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