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4.03.19(화) 연필 이야기를 읽다.

버팀목2 2024. 3. 19. 09:04

2024.03.19(화) 흐림

 

 

 

 

☆    사 랑 은  언 제 나  그 립 다

저 기억 먼발치
별의별을 따라간 자리
가냘픈 슬픔 고르며 있으마

뼛속 깊은 그리움이 빗물 되어 나리는 날
평면으로 돌던 시간의 표정을 안고 그리 있으마

목숨이 순간을 사위듯 들녘 끝 어디에
꽃들처럼 앉았다 일어선 자리
선잠 곁에 스치는 눈시울 젖은 바람도
기억의 서랍 열어 세상의 가슴들을 흔들며 뛰겠지

밤새
달 사이로 부르튼 작약 아래
그리움의 반대편에서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가슴일랑
꽃 뒤에 숨으마
그대 담은 긴 목 그리움일랑 나무뒤에 숨으마

눈부신 초록이 눈멀게 하고
품 안의 것들이 황홀한 향기 내뿜어
천리향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는데
그리움의 이파리 가장자리는 여의어 가겠지

아 ~
그립고 그립워
다ㆍ시ㆍ그ㆍ리ㆍ운ㆍ이ㆍ여ㆍ

☆* 그 도  세 상 *      중에서  /   양    애     희            글



♤            에             필            로           그

어둠이 점만치 밀려오면
틈새마다 뿌연 먼지 뒤집어쓴 야윈 기억을
한 번쯤 뒤적이고 싶어진다

가끔 외면하는 서러움
골 깊은 혼자만의 사랑 노래
꽃이 되지 못하고 내 안의 그리움이 되어
숨어버린 그대

멈추지 않는 흐름의 그 어느 정점에 기웃거리며
이별하지 못한 그 어느 날
그대 그림자 움직임까지 해 질 녘 애잔한 풍경에 접어들 때면
기억의 편린 들 하나 둘 들썩거릴 때마다
먼지처럼 날리는 기억 속 야윈 그대의 모습

허상 같은 기약 없는 날들의 야속한 속삼임이
뛰는 심장에 불꽃처럼 꽃망울 맺혔어도
허물지 못하는 그 한마디 말의 문턱이 높아
아직도 그대는 내 심장 속 사랑으로 머물고 있나 보다

어둠이
밀물처럼 밀려올 때면 기억의 한계 그 경계선에
머물고 있는 그대로 인해
나ㆍ더ㆍ외ㆍ롭ㆍ다ㆍ


☆ 그런 그리움이 있다    /     이        혜    정

☆* 난초 향기는 바람을 타고 * 중에서 ♡

 

 

2024. 봄호 문장지에서 '송충이'라는 시를 읽고 필사했다.

 

송충이

       서하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이 솔잎 하나씩 주더니 눈을 감으래요 "솔잎은 높은데서 살아 사람의 속내를 잘 들다 본대이 나쁜 사람 손에 솔잎은 점점 길어진다" 솔잎 쥔 손에서 땀이 나 축축했어요

 

 어린 마음에도 좋은 사람은 못 되더라도 나쁜 사람은 되기 싫었어요 ㄴ누도 없는 엄지와 검지를 ㅂ벌려 조금 뜯어냈지요

 

 "너거들은 솔잎 한 잎 쥐고 눈을 감은 이유가 궁금하제" "예" 가뭄에 말라버린 강변처럼 58명 목소리가 다섯 명 목소리보다 작았어요 "종식이 저그 아부지가 미국 갔을 때 사 온 미제 연필을 일가뿟단다" 미제라는 말에 솔잎을 조금 더 잘랐지요 수업 마치는 종소리가 댕댕

 

 "마카 다 눈 떠라" 솔잎의 길이를 모두 다 잰 선생님, "4센치 안 되는 태칠이하고 정례는 앞으로 나와서 꿇어 앉아 손들어라" 따갑게 찌르고 시었지만 참았어요

 

 "그라고, 너그들은 책상위로 걸상 올리고 청소해라" 뒤집어진 걸상이 뿔난 도깨비 같았어요 선희가 뻣뻣한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데 햇살에 먼지가 춤추듯 날아 다녔지요

 

 이런 젠장, 내가 어느 새 도둑, 나는 아니라고요 씨발씨발, 번쩍 든 양손에서 욕이 새어 나왔어요

 

 어디선가 "도르륵 도르륵···""샘예 연필 요 있네예" 놀란 귓속으로 먼지 껴 입은 초록 연필이 들어왔어요

 

 영구 미제 사건이 될 뻔했던 미제 연필, 교실 가득 솔향이 기어다녔어요

 

 

그때 담임 선생님은 태칠이하고 정례한테 사과는 했는지가 궁금하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시원찮은 선생이 학생 여럿 잡을뻔 했네. 그런데 시인은 영구 미제란 용어는 어떻게 알았지? 수사 용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