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4.04.18(목) 수필교실 낭송

버팀목2 2024. 4. 18. 10:38

2024.04.18(목) 맑음

 

 

 

 

☆ 말   할  수   없  는   사   랑

말할 수 없습니다
그대 사랑한다고, 그대 보고 싶다고
차마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눈물이 강물처럼 나의 마음을 흐르고
핏빛 서러움이 살을 에이며 파고들어도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대 떠나실 때
나의 어리석은 말 한마디에 행여
상처라도 입으실까 두렵기 때문에
그대 되돌아 서실 때
나 몰래 눈물 닦아 내실까 염려하기 때문에

나 그대에게 가지 말라고
내 곁에 영원토록 머물러 달라고
목숨 보다 더 그대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홀로 쓸쓸히 빈 가슴 부여잡고
밤새도록 울다가 잠들다가 울다가
해일처럼 몰아치는 슬픔의 파도에
속수무책으로 넋을 놓아버립니다

나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대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내 마음의 전부를 그대에게 내어 보일 수가 
없습니다
그저 혼자서 가만히 되뇌입니다
사ㆍ랑ㆍ해ㆍ라ㆍ고ㆍ.......

그대 없는 이 텅 빈 공간에서
그리움에 가슴을 갈래갈래 찢으며
사랑해 ᆢ 보고 싶어 ᆢ라고 ᆢ
그러나 그대에게 차마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대를
나의 이 모든 고통보다
더 절실히 사랑하기 때문에......


☆* 사랑하는 것보다 아름다운 건 기다리는 것입니다 *   중에서  /  장  세  희     글

 

 

 

 

봄비 내리는 날의 단상(斷想)

 

                                                                                                                 김봉은

 

 봄비가 창문을 적시고 있는 아침이다. 유튜브에서 비 오는 날에 딱 들어맞는 노래 한 곡을 복사해서 지인에게 카톡으로 보낸다색시비가 내리는 아침에 딱 어울리는 음악이라며 답신을 보내왔다. 비가 새색시처럼 내리고 있다는 단어를 처음 접하지만 예쁘고 정감이 간다. 빗줄기가 세지 않고 새색시처럼 수줍은 듯 소리 없이 내린다는 뜻인가 보다.

 햇빛이 쨍쨍한 날보다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감성에 젖기 쉽다. 오늘처럼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베란다로 나가서 창문을 열고 우리 집 앞에 버티고 선 장골산을 바라본다. 중턱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안개를 보며 내 살아온 삶을 반추해 본다. 이 나이 되도록 잊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이제 얼굴은 떠오르지 않지만 이름만은 뚜렷하게 기억하는 후배들.

 그들과 주고받던 대화나 다찌집과 카페 주점에서 술잔을 부딪치며 나누었던 수많은 대화가 활동사진처럼 펼쳐진다. 내가 그들 이름을 기억하고 가끔 떠올려 보듯이 그들도 혹 영혼이라도 있어서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긴 줄 안다. 하지만 그들도 나를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들을 짝사랑하는 내가 손해를 보는 것 같아서다.

어떤 이들은 이런 날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나 짝사랑했던 여인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남성이 많다. 내가 좋아하던 이들이 천수(天壽)를 다하지 못하고 요단강을 건넜기 때문이다. 평소 건강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인 사람도 있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떠나간 사람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슴 아픈 일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거나 당시에 인공호흡이라도 할 줄 아는 사람이 곁에 있었더라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지 않나 싶다.

 1993년경에 가까운 사람들끼리 스쿠버다이버 동아리 모임이 있었다. 나는 당시 격일제 근무부서에서 일했기 때문에 휴무일에는 보트를 타고 1시간여를 달려서 욕지 근해로 갔다. 보트 안에서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고는 스쿠버다이버를 즐겼다.

스쿠버다이버는 안전사고를 대비해서 짝 다이버(2 1)가 기본이다. 둘이서 짝을 이뤄 잠수해야 한다. 다이버 강사로부터 기초교육을 받을 당시 만일 수중에서 활동 중 둘 중 하나가 산소가 떨어졌거나 기기고장을 대비해서 수중 10에서 둘이서 마우스 1개로 번갈아 가며 호흡하는 과정도 배웠다. 계기판을 수시로 확인하여 산소 잔량을 확인하고 여유 있게 부상(浮上)해야 한다. 그런데 초보 다이버인 후배가 수심 40여 미터에서 단독 잠수를 하다가 탱크에 산소가 고갈되어 폐부종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또 한 후배는 카드놀이 중 볶음밥을 시켜 먹었는데 급체로 사망하고 말았다. 일행들은 카드 게임에 몰입되어 그런 위중한 상태를 몰랐던 것이다. 나는 가까운 사람들 둘을 잃는 현장에 같이 있던 사람들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몇 날을 폭음하고 울부짖었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참으로 원통했다.

해거름이 내릴 즈음이면 전화로 '형님 퇴근 시간인데 다찌나 한잔 하입시다'라는 음성이 들려올 것만 같다. 지금 이 글을 쓰는데도 눈가에 굵은 이슬이 맺힌다. 이제 나는 그들을 놓아주려 한다. 영원한 안식을 빈다. 대지를 적시는 봄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오늘따라 야속한 봄비다.

 

 

 

 

 색시비 : 새색시처럼 수줍은 듯 소리 없이 내리는 비라는 뜻으로, ‘이슬비’를 이르는 말. 

 

 

 

 

저녁엔 시장보리밥집 식당에 갔었다. 밥값은 박사장이 지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