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2024.04.20(토) 하추자 올레

버팀목2 2024. 4. 22. 14:23

하추자 올레(18-2)

 

2024.04.20(토) 비

 

▣. 총길이 : 9.7km

▣. 소요시간 : 3~4시간

▣. 코스 : 신양항~장작평사 몽돌해변~석두리맑은바당~석두청산정자~졸복산~대왕산 황금길~묵리슈퍼~금파골~연리목~추자교~추자도어민 대일항쟁기념비~추자등대주차장~추자면사무소.

 

 통영에서 새벽 2시에 일행 5명이 운전자를 포함하여 대여한 봉고차를 타고 진도항여객선터미널까지 297km를 4시간에 걸쳐 달렸다. 봉고차에 쪼그리고 앉아 눈을 붙일만하면 운전자가 초행길이고 우천으로 인해서 어두운 도로에서 급제동을 수시로 하는 통에 이승과 저승을 왔다 갔다 하는 느낌으로 허허벌판 팽목항에 도착했다. 보성을 지날즈음 간헐적으로 떨어지던 빗방울이 팽목항에 도착하니 장대비로 바뀌었다. 우여곡절 끝에 터미널 맞은편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씨월드고속훼리 승무원 상대로 밥장사를 하는 것을 우리 일행이 이른 시간에 도착하다 보니 편의점 주인이 편의를 제공해 준답시고 1인당 1만 원에 식사를 제공해 주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오늘 하루 추자 올레길을 마치고 돌아가는 전 과정에서 아침에 편의점에서 먹은 시락국에 참조기 한 마리, 계란 프라이 한 개씩 배당된 한식이 최고의 밥상이었다.

 

 원래 씨월드고속훼리 소속 산타모니카 호가 상추자 항에 입항을 하는데 썰물 때 수심이 얕아 접안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이번에 추자항 내 갯벌을 파 내는 공사를 대대적으로 하는 통에 하추자도 신양항에 접안하게 됨으로써 추자도 올레를 역으로 하추자도에서 상추자도로 진행하는 식으로 걷게 되었다.

 일기예보에는 추자도에 예상강우량이 14mm라고 일행이 말했는데 140mm 정도로 퍼부었다. 산타모니카 선내에서 스패츠와 하의 비옷까지 우중 트레킹 채비를 단단히 하고는 하선을 했다. 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18-2코스 시작점 스탬프를 빗속에서 찍고는 우의를 입고 출발하는 단체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하려고 보니 한 사람도 눈에 띄질 않는다. 분명 등산복 차림의 단체가 배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되긴 했는데 나중에 상추자도 면소재지에 도착해 보니 그 단체는 추자도를 차량으로 관광하는 봉고차 행렬이 있었는데 그 차량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추자도에는 마을을 순회하는 마을버스도 운행하고 있었다. 

 

 상추자도 면사무소 앞에 18-2코스 종점과 18-1코스 시작점 스탬프를 찍는 곳이 있었다. 일행 5명 중 3명은 추자도 올레만 걸으러 온 사람들이고 둘만 제주올레 패스포트를 소지하고 있는데 패스포트를 소지한 일행 1명은 먼저 찍고는 일행들과 점심을 먹을 식당을 주선할 거라고 먼저 돌아갔고 나 혼자 스탬프를 찍고는 돌아오니 일행들이 보이질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 일행이 찾아 들어간 식당을 알아내고는 합류했다. 그 많고 많은 식당들 중에 하필 찾아들어가 시킨 음식이 돼지고기 두루치기였다. 이미 솥에 들어간 셈이라 군말하지 않고 숟가락을 잡았다. 삼치회, 전복회, 제주은갈치 조림 등 추자도 특산물을 재료로 하는 메뉴들도 천지삐가리 인데 하필 돼지두루치기를 시켰는데 냉동고기가 설익은 상태인데도 일행들은 군소리(불평 없이) 한마디 없이 잘도 먹더라. 갑자기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갔을 때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집 나오면 아무꺼나 닥치는 대로 잘 먹어야 여행길이 즐겁다"며 현지식 카레밥을 훌치고 떠 넣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나는 사실 그게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고생을 사서 하는 셈이다. 그리고 일행들로부터 까다로운 사람으로 손가락 질을 당하고 산다. 나는 조금 전 18-2코스 종점을 향해 가면서 면소재지인 대서리에 있는 많은 식당들 문에 쓰인 메뉴를 읽어 가면서 점심때 뭘로 먹을 것인지 궁리를 하면서 왔는데 특히 눈에 띄는 간판 상호가 "옆구리 터진 김밥"집 식당 메뉴였다. 분식집 간판처럼 보였는데 메뉴는 제주 특산물을 재료로 하는 '제주갈치조림' 등이 있었다. 그런데 돼지 두루치기가 우리 세 사람 식탁 앞에 놓였다. 나머지 두 사람은 간고등어구이를 시켰는데 내가 두루치기를 맛보라고 하면서 빈 그릇에 떠 그들에게 주었더니 품앗이로 고등어 한 쪼가리가 이쪽으로 건너왔다. 넘어온 그 간고등어도 쪼개 분배해서 한토막으로 점심을 때웠다. 

 

 그렇게 점심을 조져놓고는 18-1코스를 여객선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빨리 가야 한다며 선두가 깝치는 통에 강행군을 해서 가다 보니 내 다리에 경련이 일어났다. 마침 일행의 배낭 속에서 '맨소래담" 비슷한 구급약이 있어서 바지를 내리고는 응급조치를 했다. 다급해서 그 약 명칭도 읽지 못했다. 다행히 조치가 된 셈이었다. 신양항에 도착하니 오후 5시였는데 여객선은 6시 30분에 도착하여 7시에 진도항으로 출발하는 것이었다. 시간 예측을 하지 못하고 너무 서두른 결과였다. 

 

 추자도 올레는 1박 2일 일정으로 하면서 맛있는 것도 맛보고, 멋진 경관도 가슴에 담고 와야 하는데 비를 쫄 땅 맞으며 당일치기 강행군을 했으니 여행이 아니라 악몽 그 자체였다. 하의는 우의를 등산복 바지위에 덧 입고는 하루종일 걸었으니 땀에 절어서 사타구니가 헐어서 팔자걸음으로 걸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승객들이 아직 모이기 전이라한산한 터미널에 도착한 관계로 텅 빈 장애인 화장실을 독차지하고는 그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는 냉수마찰과 젖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다. 인생도 올레길과 마찬가지다.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으며 궂은 날이 있으면 화창한 좋은 날도 있을 것이다. 오늘 이 악천후 속에서의 추자도 올레길을 마감하며 내 인생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것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이곳에 숭어떼가 몰려들어 있다. 집에 와서 사진을 편집하면서 가만이 생각해 보니 상추자도 어느 식당 메뉴판에 숭어회가 적혀 있었던 것을 본 기억이 되살아났다. 지금 숭어들이 있는 이곳은 주택가에서 흘러 나오는 생활하수와 육지에서 내려오는 빗물과 그리고 바닷물이 교차하는 곳이었다. 숭어회 안먹기 잘했다.  

 

 

 

한반도와 제주 본섬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추자도는 상·하추자, 추포, 횡간도,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를 합쳐 42개의 군도(群島)로 형성되어 있다. 

1271년 (고려 원종 12년)까지 후풍도(後風島)라 불렸으며, 추자도라는 지명은 전남 영광군에 소속될 무렵부터 추자도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과 조선 태조 5년 섬에 추자나무 숲이 무성하여 추자도라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전한다. 

 

우두일출(牛頭日出), 직구낙조(直龜落照) 등 추자 10경을 비롯한 수려한 해양경관을 보유하고 있는 추자도 연근해는 빠른 물살과 깊은 수심,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해역으로 예로부터 고급어종인 참조기, 삼치, 참돔, 방어 등이 회유하는 황금어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낚시객들 사이에서 최고의 낚시 포인트로 각광받고 있다.

 

추자 10경을 필사해 본다.

 

우두일출(牛頭日出) : 우두도의 일출광경이 소의 머리 위로 해가 뜨는 것과 같은 형상으로 애우 아름다움.

직구낙조(直龜落照) : 거북모양을 한 직구도에서 해가 지는 저녁노을이 매우 아름다운 장관을 이룸.

신대어유(神臺漁遊) : 예초리와 신양리 사이 천혜의 황금어장인 신대에서 고기떼가 뛰면서 노는 모습.

수덕낙안(水德落雁) : 사자형상의 수덕도 섬 꼭대기에서 기러기가 먹이를 쫓아 바다로 쏜살같이 내려 꽂히는 광경.

석두청산(石頭靑山) : 사람머리 같은 산꼭대기 암반 사이사이에 푸른 소나무들이 멋진 경치를 이룸.

장작평사(長作平沙) : 신양포구 해변인 장작에 넓게 펼쳐져 있는 몽돌 해변의 아름다운 모습.

추포어화(秋浦漁火) : 추포도와 어둠 속 앞바다 멸치잡이 배에서 비치는 불빛이 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룸.

횡간추범(橫干追帆) : 시원스레 펼쳐진 흰돛을 단 범선들이 잔잔한 횡간도 앞바다에서 둥실둥실 떠 있는 풍경.

곽게창파(孤島蒼波) : 관탈섬 부근의 푸른 물결이 세상 인연을 지워 버릴 듯 무심히 너울거리며 흐르는 모습.

망도수향(望島守鄕) : 타향에서 고향으로 돌아올 때 수평선에서 보이는 우뚝 솟은 양도 모습이 아름다움.     

 

 

 

사자모습의 수덕도

 

수덕도를 배경으로

 

 

추석산 정상을 배경으로

 

 

 

 

 

하추자도 신양항 전경

 

 

대왕산 전망대를 내려서니 용둠벙정자가 나타났다. 

용둠범은 옛날에 둠벙에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되돌아본 대왕산(해발 250m) 전망대

 

 

용둠벙의 전설 

 

대왕산 정상 정자에 북이 매달려 있었는데 내려와서 이 글을 읽어보고 북이 매달려 있는 연유를 알게 되었다. 즉 안개가 끼면 북을 쳐서 마을 어선들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한옥마을 신양2리는 추자에서 가장 넓은 농토가 있고 물이 많아 벼농사를 지었던 유일한 마을이며 태풍의 피해가 없는 풍요로운 마을이었다. 마을 앞에는 일몰이 아름다운 대왕산(125m)이 높이 솟아있고 그 아래 용 세마리가 하늘로 승천한 '용둠벙'이 잇으며 매년 마을의 안영을 빌려 용신제를 지냈다고 한다.는 마을을 소개하는 비석.

 

 

 

신양2리 마을 정자에서 잠시 간식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상· 하추자도를 연결하는 추자교

 

 

 

 

 

 

 

하추자 올레 종점과 상추자 올레 시작점

 

 

 

[사단법인] 제주 올레에서 제작한 안내서에는 하추자 올레 18-2 코스가  9.7km, 3~4시간으로 되어 있었고 진도항에서 추자도를 경유하여 제주항으로 운항하는 씨월드고속훼리와 제주관광공사에서 제작한 관광안내도에는 10.2km로 표기되어 있어 0.5km 차이가 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