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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 올레

버팀목2 2024. 5. 27. 14:06

 

 

추자도 올레

김봉은

 

 통영에서 새벽 2시에 일행 5명이 봉고차를 타고 진도항 여객선터미널까지 4시간에 걸쳐 달렸다. 봉고차에 쪼그리고 앉아 눈을 붙일만하면 운전자가 초행길이고 우천으로 어두운 도로에서 급제동을 수시로 하는 통에 이승과 저승을 왔다 갔다 했다.. 팽목항에 도착하니 허허벌판이었다. 보성을 지날 즈음 간헐적으로 떨어지던 빗방울이 팽목항에 도착하니 장대비로 바뀌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하니 오전 6시였다. 터미널 맞은편 편의점에서 씨월드고속훼리 승무원 상대로 하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오늘 종일 추자도 올레길을 걸으면서 아침에 먹은 시래깃국에 참조기 한 마리, 달걀부침이 최고의 밥상이었다. 원래 씨월드고속훼리 소속 산타모니카호가 상추자항에 입항하는데 썰물 때 수심이 얕아 접안하기 어려워 이번에 추자항 내 갯벌을 파 내는 공사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이 승선한 여객선은 하추자도 신양항으로 입항했다. 그런 연유로 추자도 올레길을 하추자도에서 상추자도로 거꾸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일기예보에 추자도 예상강우량이 14mm라 했는데 140mm 정도로 퍼부었다. 선내에서 우중 트레킹 옷인 스패츠와 하의 비옷까지 챙겨 입고 하선을 했다. 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18-2코스 시작점 스탬프를 빗속에서 찍고는 우의 입은 단체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분명 등산복 차림의 단체가 배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되긴 했는데. 나중에 상 추자도 면소재지에 도착해 보니 그 단체는 차량으로 관광하고 있었다. 한반도와 제주 본섬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추자도는 상하추자, 추포, 횡간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를 합쳐 42개의 군도(群島)로 형성되어 있다. 1271(고려 원종 12)까지 후풍도(後風島)라 불렸으며, 추자도라는 지명은 전남 영광군에 소속될 무렵부터 추자도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과 조선 태조 5년 섬에 추자나무 숲이 무성하여 추자도라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전한다. 우두일출(牛頭日出), 직구낙조(直龜落照) 등 추자 10경을 비롯한 수려한 해양경관을 보유하고 있는 추자도 연근해는 빠른 물살과 깊은 수심,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해역으로 예로부터 고급어종인 참조기, 삼치, 참돔, 방어 등이 회유하는 황금어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낚시객들 사이에서 최고의 낚시 포인트로 각광받고 있다. 궂은 날씨 때문에 추자도의 비경을 가슴에 담지 못하였기 때문에 추자 10경을 필사해 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우두일출(牛頭日出):우두도의 일출광경이 소의 머리 위로 해가 뜨는 것과 같은 형상으로 매우 아름다움. 직구낙조(直龜落照):거북모양을 한 직구도에서 해가 지는 저녁노을이 매우 아름다운 장관을 이룸. 신대어유(神臺漁遊):예초리와 신양리 사이 천혜의 황금어장인 신대에서 고기떼가 뛰면서 노는 모습. 수덕낙안(水德落雁):사자형상의 수덕도 섬 꼭대기에서 기러기가 먹이를 쫓아 바다로 쏜살같이 내려 꽂히는 광경. 석두청산(石頭靑山):사람머리 같은 산꼭대기 암반 사이사이에 푸른 소나무들이 멋진 경치를 이룸. 장작평사(長作平沙:신양포구 해변인 장작에 넓게 펼쳐져 있는 몽돌 해변의 아름다운 모습. 추포어화(秋浦漁火):추포도와 어둠 속 앞바다 멸치잡이 배에서 비치는 불빛이 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룸. 횡간추범(橫干追帆):시원스레 펼쳐진 흰돛을 단 범선들이 잔잔한 횡간도 앞바다에서 둥실둥실 떠 있는 풍경. 곽게창파(孤島蒼波):곽게창파(孤島蒼波):관탈섬 부근의 푸른 물결이 세상 인연을 지워 버릴 듯 무심히 너울거리며 흐르는 모습. 망도수향(望島守鄕):타향에서 고향으로 돌아올 때 수평선에서 보이는 우뚝 솟은 양도 모습이 아름다움. 출처: 하추자 올레길 관광 안내도

또 추자도마을을 순회하는 마을버스도 운행되고 있었다. 상추자도 면사무소 앞에 18-2코스 종점과 18-1코스 시작점 스탬프를 찍는 곳이 있었다. 일행 5명 중 3명은 추자도 올레길만 걸으러 온 사람들이고, 둘은 제주올레 종주를 하기 위해 패스포트를 소지하고 있다. 패스포트를 소지한 일행 1명은 먼저 찍고는 일행들과 점심을 먹을 식당을 주선하러 갔다. 나 혼자 스탬프를 찍고는 돌아오니 일행이 보이질 않았다. 전화연결한 후에 일행과 합류했다. 그 많고 많은 식당들 중에 하필 시킨 음식이 돼지고기 두루치기였다. 이미 주문이 된 상태라 군말하지 않고 숟가락을 들었다. 삼치회, 전복회, 갈치조림 등 추자도 특산물 음식도 많은데 하필이면 집에서 가끔 먹는 돼지고기라니! 불현듯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갔을 때의 생각이 떠올랐다. "집 나오면 아무꺼나 닥치는 대로 잘 먹어야 여행길이 즐겁다"며 현지식 카레밥을 홀치고 떠 넣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나는 사실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고생을 사서 한다. 일행들에겐 입맛이 까다롭다고 인식되어 있다. 실은 면소재지인 근처의 많은 식당들 문에 쓰인 메뉴를 읽어 가면서 점심때 뭘로 먹을 것인지 생각을 했던 터라 서운했다. 재밌는 간판 상호가 있었는데 "옆구리 터진 김밥"집이다. 분식집 간판처럼 보이는데 제주 특산물인 '제주갈치조림' 등이 있었다. 연신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것을 보니 인기가 있는 식당인 모양이다. 식사가 나왔는데 돼지 두루치기가 우리 세 사람 식탁 앞에 놓였다. 두 사람은 간고등어구이였다.. 내가 두루치기를 맛보라며 그릇에 떠서 주었더니, 고등어 한 쪼가리가 이쪽으로 건너왔다. 넘어온 그 간고등어도 쪼개 분배해서 한토막으로 점심을 때웠다그렇게 점심을 망쳐(?) 놓고는 18-1코스를 18-1 여객선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빨리 가야 한다며 선두가 서두는 바람에 강행군을 하다 보니 다리에 경련이 일어났다. 일행의 비상용 구급약에 '맨소래담이 있어서 응급조치를 했다. 상추자도 올레길 종점 스탬프를 찍고 신양항에 도착하니 오후 5시였다. 여객선은 7시에 진도항으로 출발한다고 하니 시간이 남아있었다.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추자도. 올레는 12일 일정으로 특산물도 맛보고, 멋진 경관도 가슴에 담고 와야 하는데 비를 맞으며 당일치기로 강행군을 했으니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우의를 등산복 바지 위에 덧 입고는 하루종일 걸었으니 땀에 절어서 다리사이가 헐어서 팔자걸음으로 걸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승객들이 아직 모이기 전이라 터미널에 도착한 나는 장애인 화장실을 독차지하고는 냉수마찰을 한 후 젖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꼭 그 고장의 내 입맛에 맞는 특산물을 골라 먹어야지. 그 좋아하는 풍경사진도 남기지 못했으니 고생만 한 추자도 올레길 여행이었다. 인생길도 올레길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으며 궂은날이 있으면 화창한 날도 있을 것이다. 오늘 이 악천후 속에서의 추자도 올레길을 마감하며 내 인생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