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1.10.19(화)

버팀목2 2021. 10. 19. 07:22

2021.10.19(화) 맑음 20˚/ 7˚

 

마음이 마음에 닿는다는 것

     

      수화기 너머 당신의 떨리는 목소리가 좋아하는 마음을 눌러 담

은 시그널이라는 것을 예상한 적이 있다. 반대로 마음이 식어 이별

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기도 했다. 가끔 마음 없는 말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직접 눈으로 볼 때, 마음은 더 빠르고 강하게 와서 닿았다. 상대

의 눈빛이 전달하는 기쁨과 슬픔, 아픔과 고통은 잔인하리만큼 직설

적이다.

 

      그날 나는 당신의 눈에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그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지만 당신도 나도, 서로의 눈을 통해 마지막을 예

감한 거다.

 

      미안해.

      나의 마음이 더 이상 너에게 닿지 않는 걸 느꼈어.

      당신의 마음이 더 커지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어.

 

      서로의 마음이 길을 잃어 당분간은 아프겠지만

      또다시 닿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지 않을까.

 

      마음이 마음에 닿는다는 것은 때로 축복.

      그리고 때로는 잔인한 슬픔.

 

작은 별이지만 빛나고 있어 -中-

 

옛날 잔칫집 돼지고기 수육

 

 

저녁 무렵 지인이 옛날 잔칫집 돼지고기 수육을 1회용 포장케이스에 한통을 주어서,

집에서 혼자 거실에 상을 펼쳐놓고 소주랑 먹었습니다.

 

이상하리만치 잔치집 돼지고기는,

어릴적 어머님이 잔치집에 갔다가 돌아올 때 손수건에 싸 왔던 그 돼지고기랑 맛이 똑같았고,

 

그 고기를 소주와 먹는 동안에는 유년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 있었습니다.

 

다아 식어빠진 돼지고기는 새까맣게 그을린 후라이팬에 담겨서 연탄보일러 위에 올려졌고 데워진 고기는 겨울 김장 김치와 조합을 이뤄 입안으로 들어갔는데 간식거리가 없던 그 시절엔 보리밥 한 덩 걸이와 환상의 콤비였습니다.

 

어머님은 잔칫집 손님상에 차려진 음식을 먹고 싶지만 집에서 눈이 빠지라고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을 막내아들 때문에 차마 입에 대지도 못하고 거즈 손수건에 남들 몰래 싸서 들고 오던 어머님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오늘따라 어머님이 보고 싶습니다.

 

생전에 효도 한번 해 보지 못하고 교통사고로 이별을 해야 했던 어머님을 돌아가시고 난 뒤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야 있겠습니까? 마는 며칠 있으면 어머님이 가신지 양력으로 치면 만 39년이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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