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1.11.13(토)

버팀목2 2021. 11. 13. 10:28

2021.11.13(토) 맑음 16˚/ 6˚

 

우리 아파트 앞 제일교회 십자가 위에 초아흐레 달과 별 하나가 걸려 있습니다.

 

 

꿈꾼 그 옛날

                   - 김소월 -

 

밖에는 눈, 눈이 와라,

고요히 창 아래로는 달빛이 들어라.

어스름 타고서 오신 그 여자는

내 꿈의 품속으로 들어와 안겨라.

 

나의 벼개는 눈물로 함빡히 젖었어라.

그만 그 여자는 가고 말았느냐.

다만 고요한 새벽, 별그림자 하나가

창틈을 엿보아라.

 

 

은목서 꽃이 피었습니다.

 

오늘은 현종이와 걍스헤어에 가서 이발을 하기로 맘을 먹은 날입니다.

 

처음에는 현종이가 오전에 거제 함소아과에 내원하기로 예약이 되어 있고,

14:20경 이마트 2층에 있는 문화센터에 수강을 하러 가야 한다기에,

집사람과 둘이서 시제를 앞두고 성회제 청소를 하고 와서 오후 4시 넘어 이발을 하러 갈려고 하였으나,

 

아무래도 청소하는데 소모되는 시간을 예측할 수 없어,

함소아과를 다녀오면 현종이네 집에서 점심으로 오늘은 떡국을 끊인다고 하므로 점심을 먹고는,

곧장 이발을 하러 가기 위해 네이버 지도에 걍스헤어를 검색하였더니 전화 걸기도 가능하여 전화를 하여 오후 2시에 현종이 이발을 예약해 두었습니다.

 

그런 다음 이발이 끝나고 나면 곧장 거기서 문화센터로 내가 데려다주고,

걍스헤어로 돌아와서 나도 이발을 하고,

현종이네 집에 가서 집사람을 태우고 제실로 가서 청소를 하고 오는 것으로 스케줄을 잡았습니다.

 

제실에 도착하니 어쩐 일인지 대문이 열려 있고,

계량기도 작동되고 있으며,

보일러도 난방이 작동되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 마을에 사는 문중 정남이 형님이 와서 조치를 해 둔 모양이었습니다.

 

집사람은 실내 청소를 하고,

나는 아랫채에 붙어 있는 화장실과 실외 청소를 맡아서 하기로 하였고,

길건너 있는 큰집으로 가서 빗자루와 쓰레받기, 소쿠리를 들고 와서 성회제 뒤 언덕배기에 있는 정자나무에서 날라 들어온 낙엽들과 여름철 골목길에서 빗물에 휩쓸려 들어온 모래 등을 쓸어 담아 버렸습니다.

 

바깥에 설치되어 있는 상수도 꼭지가 동파를 염려하여 세 들어 살던 사람이 이불로 감싸 두었는데 보기 싫어서 벗겨서 창고 속에 넣었고,

 

수돗물로 아랫채 화장실과 대문에서 윗채 현관까지 쓸고 물청소를 깨끗이 하였고,

수세식 변기도 걸레로 말끔히 딲아 놓았습니다.

 

내가 그러는 동안 집사람도 방 두개, 입식 부엌, 거실까지 청소가 마무리되었고,

우리가 청소하는 동안 큰형수도 왔었고, 정남이 형님도 지나가다가 들리어 우리가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갔습니다.

 

저녁 무렵 청소를 마치고 돌아오려고 내 승용차를 주차해 둔 큰집 앞으로 갔더니 형수님이 짐 운반용 핸드 카트에 쌀자루를 싣고 끌고 나와 대문 앞에 갖다 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청소도구 가지러 갔을 때 형수님이 나를 봤는데 그때부터 방아를 찧은(정미) 모양입니다.

20kg 남짓한 쌀자루를 트렁크에 싣고 통영으로 돌아오는데 집사람이 쌀자루는 지윤이한테 갖다주자고 합니다.

그러고는 하는 말이 우리 딸은 집에 쌀이 들어오는 것을 제일로 반가워 한다고 오늘 처음 제게 말했습니다.

 

옛날 어려운 시절에는 도농을 떠나서 쌀이 최고였지요.

 

죽림에서 쌀자루와 집사람을 현종이네 아파트에 내려주고 나는 집으로 와서 주차를 시켜 놓고 택시를 타고 죽림으로 갔습니다.

 

오늘은 박서방이 특별히 돼지 수육을 준비한다고 예고가 돼 있었던 모양입니다.

식탁에 앉아 소맥을 한잔 들이키고 나니 작은 처남도 합석하겠다고 온다고 합니다.

 

그렇게 처남이랑 사위랑, 집사람과 현종이가 합석해서 반주삼아 저녁식사를 하고는 돌아올 때는 시내버스를 타고 일찍 감치 왔습니다.

내일 시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돌아오는 골목길에서 은목서 향기를 맡으며 왔습니다.

금목서 꽃이 지고 나니 은목서가 꽃을 피웠는데,

사실 금목서 향은 너무 진해서 그 당시는 좋았지만,

막상 금목서 꽃이 지고 은목서가 필때면 은목서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훨씬 더 나에게는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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