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2.05.02(월)

버팀목2 2022. 5. 1. 09:41

2022.05.02(월) 흐림

 

 

♧ 세상의 모든 명언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남몰래 간직해온 그리움을

하나둘씩 삭히는 일이다.

 

결코 내게 오지 않는 사람을

결코 내게 오지 않는 시간을

결코 내게 오지는 않는 희망을

하나둘씩 버리는 일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꿈을 키우기도 하지만

꿈을 버리기도 하는 일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며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나이를 제법 먹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숫자라는 훈장을

텅 빈 가슴속에 대롱대롱 달고 산다

 

-'운명처럼 다가온 그대' 중   

 

백신 접종 가서 혈압체크 

 

월요일 아침이다.

오늘은 새 정부 국무총리 국회 청문회 하는 날이다.

대선이 끝나고 윤석열이가 당선되고 난 이후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에서 '검수완박' 입법 독주를 하고 있다는 언론 기사를 매일같이 접하다 보니 괜히 정치판과 아무런 상관 관계도 없는데 스트레스를 받아 이제는 티브이 뉴스를 안 보려 하는데도 현종이를 등교시키려 갈려고 하면 어차피 6시에는 눈을 뜨고 티브이를 틀어야 하는 습관이 생긴지라 버릇처럼 티브이를 틀어 놓고 세수를 하고 죽림으로 갈 채비를 한다.

 

07:30경 출발하려고 거실로 나갔더니 집사람이 아들 집에 이불 빨래며 아들 동완이 옷을 세탁해 놓은 것을 갖다 주겠다며 따라나선다.

그래서 현종이 등굣길까지 동행했다가 돌아오는 길에는 집사람이 '훈이시락국' 식당으로 가서 시락국을 먹자고 한다.

나는 북신동에서 새터까지 가느니 그냥 우리가 사는 집에서 가까운 장소인 세무서 앞 '24시 콩나물국밥' 집으로 갔으면 좋을 것 같은데 반찬 종류가 다양한 '훈이시락국' 집을 집사람은 선호한다.

 

그래서 져 주기로 했다.

아무 말없이 산복도로로 가는데 콩나물국밥집 안 가고 새터로 가느냐고 묻는데 대꾸하기도 귀찮다.

 

평일임에도 훈이시락국 식당에는 혼잡하다.

얼른 밥그릇을 비우고 다른 때는 집사람이 식사가 끝나길 기다려 주는데 오늘은 앉아 있기 싫었다.

 

내 차가 주차되어 있는 여객선터미널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해 놓고는 새터 아침 시장통을 가로질러 가면서 각종 해산물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한 바퀴 돌고는 지인이 운영하는 용궁 수산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지인이 어류 보관용 그물 망태를 짜깁기하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는 그가 이제는 올해까지만 일하고 기운이 달려 내년부터는 그만둘 거라고 했다.

돌아오면서 나는 속으로 그래도 "사람은 죽을 때까지 할 일이 있어야 좋다"는 말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왔다.

 

09:40경 집을 나서서 김영호 내과로 접종받으러 갔다.

5년 이내 장례식당 손님으로 갈 나이들이 오늘도 빈자리 없이 빽빽이 차고앉아 있었다. 

접수를 하고는 하는 수 없이 복도로 나와서 대기하고 있다가 순번이 되어서 원장실로 갔다.

절차에 따라 조금 전 당뇨체크와 혈압체크를 해 놓은 차트를 의사가 보고는 뱃살 줄이고, 잡곡밥으로 식사를 하고, 술도 줄이라는 대본대로 말하는 것을 듣고는 주사실로 가서 '모더나' 백신 4차 접종을 마치고 돌아왔다.

 

1,2차 접종 시에는 접종 후 간호사가 대기실에서 30분간 대기하다가 귀가하라고 일러 주더니 이번 4차는 '5분'간 대기하다가 가라고 했다.

어깨너머로 그 말을 흘리고는 걸어서 집으로 왔다.

오늘 하루는 헬스고 목욕이고 간에 관두고 쉴란다.

 

프랑스의 세계적 지성 '파스칼 브뤼크네르'가 지은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은 위하여" 중 '잉걸불은 재가 되었다'를 읽었다.

 

     시인 폴 발레리는 편집자 잔 로비통과 헤어진 후 이런 편지

를 보냈다(장 부알리에라는 필명을 쓰기도 한 잔 로비통은 두 번의 세

계대전 사이에 여러 유명인에게 구애를 받은 매력적인 여성이다). "나

와 죽음 사이에 당신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제 보니 내가 당

신과 삶 사이에 있었군요." 마지막 사랑은 첫사랑의 아픔마저

앗아간다는 점에서 고약하다. 20세 때는 버림받거나 배신 당하

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사람이 피폐해진다. 마지막 사 

랑은 그 피폐함, 참을 수 없는 눈물, 완전한 실의 마저 아쉽다.

마지막 사랑의 끝은 소리 없는 붕괴다. 숨겨진 늙은 애인은 남

들이 보기에 감동적이지 않다. 그냥 크로스테크하게 보이고

음이 안 맞는 피아노처럼 거슬릴 뿐이다. 어차피 그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 자기보다 한 참 어린 사람을 사귀면서 도대체 뭘

바랐는데? 아니, 거울도 안 보고 살았나?

 

   더는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 전화도, 만남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 당하는 일이기에 싫지 않았던 멸시, 상처

주는 말, 잔인한 행동도 이제는 참지 않을 것이다. 상대의 심

술, 기만까지 어여삐 봐주었건만 단순히 같이 있고 싶은 마음

마저 무시당할 만큼 스스로가 낮아지지 않았던가. 세상에서 가

장 숭배했던 존재가 이제 당신이 싫어졌다며 떠났다. 당신에게

는 그 사람이 전부였는데 그 사람에게 당신은 스쳐 지나가는

한 단계, 임시방편이었을 뿐이다. 그 사람은 노인의 나라에 유

람와서 연애 감정을 맛보았을 뿐이고, 당신만 그 연애에 목

숨을 걸었다. 그 사람이 젊음을 빌려준 덕에 당신은 잠시 회

춘했다.

 

   결정 작용의 짧은 순간에는 시간이 할퀸 상처도 추방의 표

시가 아니었건만 이제 다시 그 표시가 뼈저리게 다가온다. 우

리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가능한 세계라면, 마지막 사랑

은 가능한 모든 세계가 끝났다고 쐐기를 박는다. 떠난 사람은

구체화된 불가역성이다. 당신은 순진하게도 운명을 이겨 먹고

조금 더 전율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가 다

시 당신 발목을 잡았다. 누구나 겪는 일을 어찌 혼자 피해가겠

는가. 이제 극단적인 음란과 극단적인 수줍음 사이를 왔다 갔

다 하며 어질어질할 일은 없으리라. 목숨도 아깝지 않았던 그

모든 것을 떠나보낸다. 기다림. 미소, 흐느낌, 경련, 흥분, 절망

까지도 이제 안녕이다. 잉걸불은 재가 되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꽃이 참 예쁘네

 

다육이가 꽃을 피워서 '꽃' 검색을 해 보았던 '다육식물 꽃' 76%라고 나왔다.

다육이를 판매하는 곳에 가면 영어로 된 이름을 수없이 붙여 놓았기에 그걸 다 외울 수가 없다.

 

이놈도 열대지방에서 왔는지 생명력이 대단하다. 관리하다가 나도 모르게 잎이 하나가 떨어졌는지 마사토 위에 뿌리를 내리고 착근도 하고 새끼도 쳤다.

 

저녁때까지 아무런 이상은 없었다.

그렇지만 지인은 내게 이상 징후가 없더라도 타이레놀을 먹어 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망설여졌다.

 

이전 처음 백신을 맞고 구입해 두었던 타이레놀 500mg 한 알을 결국 먹었다.

밤이 깊어지자 주사를 맞은 왼쪽 상박부가 약간 통증이 오는 것 같았고 미열도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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