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3.10.18(수) 김영은 5주기

버팀목2 2023. 10. 18. 17:12

2023.10.18(수) 맑음

 

 

☆     10          월

갈꽃처럼 핀 마음이 하늘에 닿는다
생의 갈피마다 철새들이 내려앉고
또 무리 지은 새들은 멀리 날아간다
청옥 색 풍선들이 가슴을 매달고 자꾸만 날아간다


들판 가득 채운 10 월의 빛을 끝없이 쳐다보면서
좋아하는 색으로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잘 익은 들녘 같은 그림 한 장 그리고 싶다
이 강토에 내리는 시월의 색으로 칠하고 싶다

풀잎 하나 뜯어 그림 위에 얹어 놓으면
풍경 속으로 흐르는 푸른 강이 되겠지
강은 가슴 타고 흐르는 한 줄의 뜨거운 시가 되고
제방 가득 평화와 자유의 강물이 흘렀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다시 계절이 바뀌어도
내 어머니가 가르쳐 준 서글픈 언어로
10 월의 색깔이 배어 있는 자유시를 쓰면서
이곳 아직 갈라진 한반도에 살고 싶다

젖내 나는 모국어로 쉬운 친구의 이름을 부르고
이 지상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피가 묻지 않는 종이 위에 내가 얼굴도 모르는
너의 이름을 쓰더라도

우리 함께
10 월의 길 위에
풍성하게 내리는 빛을 밟고 걷자


☆* 마취된 계절 *    중에서 /   전    소    영        글




♤         에         필         로        그

계절이 지나는 곳에서
한 떨기 장미가 외로움에 떨고 있습니다

짧아진 그림자 곧 다가올 어둠의 창
슬픔의 눈물로 멍울 만든 까닭인 것인지
절망이 물결치고 있지만 조용히 봄을 기다리며
인고의 숲 지내려 목마른 사슴 시냇가 찾아 헤매듯이
그리움의 꽃 피우며 기다리기에
우리네 인생, 가끔은 절망의 너울 속 헤맬 때
있었지만 자양분 되었나

조용히 호숫가 노니는 백조 바라보며
몸이 붙잡고 때 기다리며 신탁의 미래 보며
우리의 이별은 늘 있다 싶기에
긍정의 날개 부여잡고서 더 높이 날개 쳐 봅니다


☆ 시월의 중턱에 앉아서   /   오   애  숙

☆* 시 전 집 *     중에서

 

 

큰형님 5주기이다.

 

부산에 큰누님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동생 제삿날 참석할 거라고 한 달여 전부터 전화가 오고 그러더니 진작 닷새 앞두고 지난 토요일 오전에 전화가 와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더니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형님 기제사에 불참을 통보해 왔다.

 

거제 능포동에 살고 있는 작은 누님은 거동도 불편하고 해서 당초 오빠 기제사 참석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열살 위 언니가 참석할 테니 동생을 호출하는 통에 바람이 들어 언니가 오던 안 오던 마지막일 될 것 같다며 기제사 참석을 통보해 와서 내가 모시러 갔다.

 

농포동에서 고성 큰집으로 가는 길에 지인이 전화가 와서 배추김치를 몇포기 우리 집 앞에 갖다 놓을 테니 제사 지내려 가면서 가져가라고 해서 이래저래 내만 바빠졌다.

 

누님을 고성 큰집에 모셔다 드리고 나는 통영으로 와서 쉬었다가 저녁 7시가 지나서 월드마트 가서  경주법주 술 한병을 사서 들고 큰집으로 갔다.

 

조카사위 둘은 평일이라서 못형수가 일러준 대로 내년에는 온다고 자기 장모한테 전화가 왔었고, 이번에는 손자들 빼고 아둘 둘과 딸 둘, 둘째 며느리가 참석한 가운데 기제사를 지냈다.

 

그런데 진행되는 동안 큰형수님이 나더러 내년 기제사는 사위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게끔 토요일에 지내자며 선고를 하라고 일렀다.

 

물론 문중 시제도 옛날에는 날자가 가첩에도 벌초하는 날자와 같이 명시되어 있었지만 최근 들어 시월 둘째 주 토요일로 변경되어 시행하고 있으니 기제사도 선고만 하고는 그렇게 해도 무방하지 싶어서 내년 달력을 펴보니 구월 초사흘이 토요일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제사를 마칠 무렵 선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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