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4.02.17(토) 청록회 모임

버팀목2 2024. 2. 17. 11:44

2024.02.17(토) 맑음

 

 

☆     겨  울   나  그  네

점점
더 눈이 퍼붓고
지워진 길 위로 나무들만 보입니다

나무가 입고 있는 저 순백의 옷은
나무가 읽어야 할 사상이 아닌지요
두꺼운 책장 넘겨 찾아내는 그런 사상 말입니다

그대가 앉아 있는 풍경 뒤에서
내가 노을이 된 것은 알 수 없는 그런 사상 때문은 아닙니다
그대라고 부르는 그 이름의 떨림이 좋아
그대를 그대라 부르고 싶을 뿐


한 번의 사랑이 신열처럼 찾아와서
나를 문 두들릴 때 읽고 있던 책 내려놓으며
그대는 나무가 입고 있는 그 차가운 사상으로
나를 바라보게 되겠지요

그대
단 한 번 내가 가슴속에 쌓아 두고 싶은 맹세나 기도 같은 그대
그대가 퍼붓는 눈발이라면, 나는 서 있는 나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대가 바람이라면, 나는 윙윙 울고 있는 전신주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눈 위에 세워 놓은 이정표 따라
슬픔 쪽으로 좀 더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그대는
쏟아지는 하늘입니다

☆* 시 사랑 시의 백과사전 *    중에서  /    김   재    진           글



♤            에             필             로           그

겨울바람 따라 밀려오는 그리움
환상으로 보이는 당신 모습

반가운 마음에 눈을 떴을 때 보이지 않는 당신
나는 울었다
난간의 끝자락을 잡고 파도의 숲에서 울고 있다

당신, 나 좀 안아주면 안 될까

깊어만 가는 겨울 공기 싸늘한 바람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없기에
다 이루지 못한 삶의 숙제 뒤로 한 채
하늘만 쳐다보며 긴 한숨 꺽삼킨다

☆ 겨 울  바 람      /      김    영      배

☆* 처음, 당신은 누구일까요 *  중에서  ♡

 

 

 



청록회 모임이 있었다.

객지에서 만난 비슷비슷한 또래 연층령의 구성원이다. 갑진년 들어 첫 모임인데 서울에 살면서 사업을 하고 있는 회원이 2월 모임 날자를 자기가 참석할 수 있는 날을 골랐고 여기 지역에 사는 회원들은 거의 정년퇴직을 하였기에 모임 날자 선택은 별 의미가 없어진 것이라 보면 되겠다.

 

  3명이 불참했는데 불참한 회원들은 총무인 내가 모임 장소로 이동하면서 통장정리를 해보니 이미 2명은 회비를 입금해 놓은 상태였고 다른 회원 1명은 연회비 18만원을 오늘 날자 입금되어 있었다.

 예약한 식당에서는 음식준비를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물론 업주가 지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철 따라 입맛에 맞는 소주 안주가 차례차례 나왔는데 먹어도 먹어도 줄지가 않았다.

 

 내와 같이 같은 테이블에 앉은 회원들의 넋두리가 시작되었다.

연금으로 받는 돈은 대부분 아들 대학 학자금 대부금을 변재하는데 거의 들어가고 용돈을 사용할 여유가 없다며 밤에는 이런저런 고민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고 우울증으로 황박정신과의원에 통원 처방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면서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했다고 토로했고,

 

 다른 회원은 얼마전 큰 아들이 살고 있는 경기도 안산을 다녀왔는데 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결혼 1년 후 헤어져서 아들은 정신치료제를 과다 복용해서 며칠 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고 하고, 그 이전에 굴 채묘 사업을 지인과 동업으로 했는데 그 사람이 신용불량자로로서 자신 명의로 대출을 받고 회사 대표를 맡았는데 사업부진으로 채무가 4억 원으로 사업체를 부도 정산하였다는 것이었다.

 

 편한 삶이 없었다 모두 굴곡진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여기니 마음이 애잔하다. 어찌 한결같이 어렵게들 말년을 살아가고 있는지 안스러웠다. 모임이 끝나고 모두들 헤어져 가는데 식당 업주가 나에게 2차를 채근했다.

 

둘러보니 고만고만 술에 취해서 집에 들어갈려고 하는데 조금 전 식당에서 푸념을 틀어놓던 일행 2명이 뒷걸음으로 2차 노래방으로 직행했다. 가슴을 풀어놓고 셋이서 품빠이(분담) 하기로 하고 가슴에 멍울진 각자의 18번 노래 한곡씩을 불렀다. 마치고 헤어질 무렵 차마 그 친구들에게 부담을 시킬 수 없었다. 내 혼자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