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4.02.22(목) 제주로 떠나다

버팀목2 2024. 2. 26. 12:27

2024.02.22(목) 흐림

 

 

 

충무도서관 1층 통제영회의실에서 매주 목요일 14:00~16:00 열리는 수필가 양미경 수필교실 중급반 수업 시간

  

 

도서관 뒤 풍경

 

 

 

수필교실 강의 시간 첫 시간 수업 중에 내 '네팔 히말라야(랑탕) 트레킹 7일 차 이야기' 낭송 시간이 있었다.

 

▣. 네팔 히말라야(랑탕) 트레킹 7일 차 
                              김봉은

 

 


  2023.09.28.(목) 맑음 
  오늘 코스는 체르코리(4,984km) 9km 왕복이다.
 새벽 2시에 기상해서 여성 대원이 투숙한 객실로 모두 모였다. 간단한 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누룽지와 무 김치와 깻잎, 장아찌로 식사를 했다. 어제 미리 포터들에게 수고비를 지불하고 개인 배낭 4개를 만들어 짐을 맡겼다. 우리 원정 대원들은 머리에 헤드랜턴과 스틱만 소지한 채 03:00경 롯지를 나섰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은하수를 이루어 총총 빛나고 있는 것을 보니 오늘 날씨는 화창할 것 같다. 
 추석을 하루 앞둔 음력 팔월 열나흘 상현달과 샛별이 떠 있다.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새벽녘 동쪽 하늘에 유난히 밝은 샛별이 떠오른 것을 보았는데 네팔도 같은 별이 빛나고 있었다. 
  
  이번 코스는 나무가 없는 돌산이다. 산등성에서 야크가 잠자다가 우리 일행의 인기척에 놀라 일어섰다.
  오늘은 9km 거리를 왕복할 예정으로 소요 예상 시간은 10시간이다. 고산병을 염려하여 최저 속도로 걷기에 그만큼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우천이나 안개로 수많은 트레커들이 체르고리 등반을 포기하고 되돌아왔다는 코스길래 우리는 날씨를 運數所關(운수소관)에 맡기기로 하고 계획대로 일정을 소화하기로 의견을 모아었다.
  서울 근교에서 온 원정팀은 우리보다 먼저 강진곰파에 왔다가 우천으로 체르고리 등반을 포기하고 샤부르베시로 돌아갔었다. 그들을 본 우리는 어제 강진리 등반을 다녀왔다.

 


  우리 팀은 운이 좋았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동쪽 하늘에 유난히 밝은 샛별을 바라보면서 동진(東進)을 했다. 오전 5시 20분경 랑탕리웅 산 정상에 햇살이 살포시 비치기 시작했다. 랑탕리웅(7.227m)에 서서히 여명이 밝아왔다. 진행 방향 9시 방향에 버티고 있는 랑탕리룽 정상에 햇살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할 무렵 체르고리 정상에 우리 일행은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올라섰다. 체르고리는 우리를 반갑게 환영해 준 것이다. 정상 인증샷으로 단체 줄무늬 남방을 입고 사진을 찍었는데 멋있게 나왔다.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오전 7시 40분이었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무속신앙을 보여주는 울긋불긋한 깃발이 공중에서 펄럭이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산 전체는 북극에 온 듯 천치가 하얗다. 우리는 그 장관을 보기 위해 한밤중에 출발한 보람이 있었다. 

 산행 대장이 준비해 온 정상 酒로 간단한 예를 갖추고 히말라야 神에게 절을 올렸다. 무사하게 트레킹을 마치고 카트만두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禮를 올린 것이다. 음복을 마치고 포터들이 매고 온 각자의 배낭을 챙겨서 생수와 비상식량을 꺼내 생수를 붓고 밥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팀에 이어 두 번째로 정상에 올라온 일행이 도착했다. 그들은 정상 인증사진만 찍고는 그대로 하산했다.
  

 


 식사를 마치고 개인 사진과 단체 사진을 찍고는 천천히 하산을 시작했는데 5부 능선에 이를 즈음 외국 트레커들이 취사도구와 텐트까지 포터들이 짊어지고 올라오고 있었다. 올라오는 자와 내려가는 자들은 서로 목례로 무사 안녕을 빌어주었다. 러시아에서 온 젊은이들이었는데 러시아는 지금 우크라이나와 전쟁하고 있는데, 어찌 젊은이들이 네팔등반을 왔을까? 가이드를 통해서 물어볼까 하다가 그들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느니 참았다.   

 


 현지 시각 11:40경, 8시간 40분 만에 하산이 종료되었다. 우리는 빙하가 있는 지점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유턴해서 내려와서인지 애초 예정 시간보다 2시간 일찍 도착한 것이다. 저녁 식사는 닭백숙으로 만찬을 즐겼다.

 


 식사를 마치고 별빛만 빛나는 하늘을 보면서 내 지나온 삶을 유추해 보았다. 내 발자취도 살아오는 내내 히말라야 등정과도 같았다. 직장에서 첫걸음 뗄 때 두렵기도 하고, 의욕에 불타었다. 업무를 수행하느라 밤잠을 설친 적이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쪽잠을 자고 새벽이슬 맞으며 출동하기도 수십 번, 별을 보고 출근하고 별을 보고 퇴근했었다. 정년 퇴직하고 선 지금 이 자리가 히말라야 정상이다. 내 인생길이나 히말라야 트레킹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기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은 꿈속에서 손주 얼굴 보러 가야겠다. 

 

 

 

 

 일찌감치 제주도로 함께 떠날 일행과 같이 청도소갈비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가자 집으로 돌아가서 짐을 챙기고 기다리다가 저녁 9시에 이종옥이가 우리 아파트로 차를 타고 왔다.

삼천포 신수동 '오션비스타제주' 카페리 터미널까지 1시간 30분이 소요되어 도착되었고 셔틀버스로 카페리까지 이동한 다음 5층 5003호실에 입장했다. 8인실에 6인이 승선한 것이다.

 

23:30경 삼천포항을 떠난 오션비스타제주호는 비바람을 뚫고 밤새껏 달려 내일 아침 6시경 제주 국제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할 것이다. 그냥 갈 수 없어 카페리 내 매점에서 구매한 캔맥주 1개와 마른오징어 1마리, 식당에서 마시다가 남겨온 좋은데이 1병을 들고 후미 싼판으로 나가서 먹고는 객실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