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4.05.11(토) 죽림 성우 일식에서 조카 미선부부 미팅

버팀목2 2024. 5. 11. 09:30

2024.05.11(토) 흐림

 

 

 

 

☆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

느리게 느리게 아주 아주 느리게


내가 그대를 향하여 천 년 만 년
발걸음 옮기며 걸어가다가 쉬어가다가
천천히 천천히 가서 닿는 것

내가 그대를 향하여 천 번 만 번
하루에도 몇 번씩 셀 수 없을 정도로
목숨 아깝지 않게 버리는 것

내가 그대를 향하여 천 길 만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혼절, 기절하여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

광속으로 달려가는 숨 가쁜 세상에서
그대와 눈 짓 하나 마주치는 것도
먼 별에서 날아온 낯선 빛의 시간처럼
그대와 몸 짓 하나 부딪치는 것도
먼 섬에서 불어온 낯선 바람의 거리처럼

느리게 느리게 아주 아주 느리게

내가 그대를 향하여 천 년 만 년
마당의 고목나무 뒷산의 기암괴석으로
꼼짝도 않고 서서 앉아서 그대를 바라보는 것

내가 그대를 향하여 천 번 만 번
여름철의 장마나 겨울철의 폭설로
눈에 보이는 것 다 덮어버리고 사라지는 것

내가 그대를 향하여 천 길 만 길
남극 북극의 얼음 빙하나 적도의 초원 사막으로
한 몸으로 달라붙어있다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것

느리게 느리게 아주 아주 느리게
그대를 향하여 가다가
바다를 열고, 물을 열고, 마음을 열고
몸을 열고, 우주를 열고, 별을 열고
기다리던 그대가 죽고 찾아가던 내가 죽어
시간도 없고 거리도 없는
또 다른 세상에서 내가 그대를 만나는 것

☆* 따뜻한 속도 * 중에서  /   김 종 제 글

 

 

♤ 에   필   로   그

내가 너를 사랑했을 때 너는 이미 숨져 있었고
네가 나를 사랑했을 때 나는 이미 숨져 있었다

너의 일생이 단 한 번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라면
나는 언제나 네 푸른 목숨의 하늘이 되고 싶었고
너의 삶이 촛불이라면 나는 너의 붉은 초가 되고 싶었다

너와 나의 짧은 사랑, 짧은 노래사이로
마침내 죽음이 삶의 모습으로 죽을 때
나는 이미 너의 죽음이 되어 있었고
너는 이미 나의 죽음이 되어 있었다

☆ 어떤 사랑 / 정 호 승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중에서 ♡

 

 

 

 

 아마 2년전부터 조카 미선이부부가 우리 부부와 함께 통영의 다찌집에서 술을 한잔 하자고 했는데 그게 오늘에서야 이루어졌다. 미선이 남편 김서방은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이고 미선이는 내조카이지만 까칠한 성격의 소요자이다. 김서방은 애주가이지만 미선이는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다. 분위기에 편승할지라고 맥주 한잔 정도다. 그러고 보니 작고한 둘째 형님은 술을 대단히 좋아하는 애주가였는데 자식 셋은 아들 둘, 딸 하나인데 셋다 술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미선이 양부모가 일찍 작고한 관계로 어버이날을 즈음해서 자리를 같이 하자고 집사람한테 연락이 온 모양이었다. 집사람이 추천하는 죽림 해안가의 '성우일식'이라는 다찌집인지 일식집인지 아리송한 식당에 입장해 보니 거의 객지에서 유입된 손님들이 가득 찬 상태였다. 음식 또한 통영 사람의 입에는 맞지 않는 음식들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다시는 찾지 않을 식당이었다. 자리가 끝나고 김서방이 시내로 가서 2차를 가자고  해서 마땅한 곳이 없어 콩심 24시 식당으로 가서 콩나물국밥과 동태찌개를 시켜 간단하게 한잔 더 나누고 비가 오는 터라 미선이가 운전하여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그들은 거제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