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4.06.12(수) 꿈에 본 토마토 주렁주렁 뭐지?

버팀목2 2024. 6. 12. 06:32

2024.06.12(수) 맑음

 

 

☆  6  월

바람은
꽃 향기의 길이고 꽃 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 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 ~ 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 막힐 듯 숨 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 갈피의 서 * 중에서  /  오 세 영 글



♤ 에 필 로 그

6 월에는 편지를 적겠습니다
푸른 들판처럼 싱싱한 내 그리움을
몽땅 꺼내놓고 초록 편지를 적겠습니다

미소도 있을 테고 안타까움도 있겠지만
마음 가는 대로 적어지게 그냥 두어야겠습니다
편지를 다 적고 나면 다시 읽지 않겠습니다
적힌 대로 보내겠습니다

편지를 적고 있는 지금
보고 싶어 눈물이 핑 도는 이 순간도
편지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으니까요

6 월에는
적힌 대로 그대에게 보낼 초록 편지를 적겠습니다
답장 대신 그대 미소를 생각하며
바람 편에 그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 6 월 편지 / 윤 보 영

☆* 세상에 그저 피는 꽃은 없다 * 중에서  ♡

 

 

 


집사람이 차려준 아침 밥상이 거룩해서 찍어봤다

 

 

 

 어젯밤 꿈에 누군가의 텃밭에 들어갔는데 토마토가 너무 많이 달려 있었다. 띄엄띄엄 심어져 있었는데 나무마다 튼실한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복권구매하는 날이다. 지난 9일(일요일) 아침에 전날밤 꿈에 복권 당첨된 꿈을 꾸었는데 그때 당첨된 번호가 어렴풋이 떠올라 달력에 써 놓았는데 그 전날 복권 추첨에 2만 원 치 구매한 복권 중에 5천 원 한 장 당첨되었다. 그래서 3,5,7,9,35까지는 떠올랐는데 마지막 숫자가 희미해서 그냥 40이라고 적었다. 월드마트 내 복권 판매점에서 2만 원 치 구매하고 5천 원권 당첨된 복권으로 꿈에 현출 되었던 번호로 1장을 더 구매했다.    

 수영 강습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저녁 무렵에는 박시봉의 모친상 장례식당에 가야 했다. 성철이한테서 전화가 들어와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상가에 같이 가기로 했는데 성철이가 모임이 중첩되다 보니 먼저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통화는 되지 않았고 나중에 지금 출발한다고 전화를 했더니 내가 도착할 때까지 상가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렇게 고성 영락장례식장에 갔었는데 중, 고교 동창생 하태영이와 김성철이가 접객실에 있어서 만났다. 굳이 식사를 하라고 해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동창생 백철순이가 혼자 들어와서 합석을 했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성철이가 다른 모임에 가야 한다고 일어서자고 해서 같이 나왔다. 오는 길에 성철이를 고성박물관 앞에 태워다 주고 왔다. 오늘 고성 지역 1957년생 동갑내기 모임이라고 했다.

   

 

 

연금 수급자의 하루 일상

                                                                                              김봉은 

 

 2016년 상반기에 34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직을 했다. 재직 중에 퇴직 후에 재취업할 곳으로 일찍이 자동차운전면허 학원의 학원감독 직을 꿈꾸며 내 보직관리를 해 왔다. 교통관리직 간부로 3년 이상 재직하면 일단 자격이 주어지고 통영지역에 학원이 2개소가 있는데 그곳에 재직하고 있는 선임자들과 또한 학원 경영자들과의 평소 인맥관리도 나름대로 철저하리 만치 해 왔기에 퇴직과 동시에 두 곳 중 한 곳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퇴직하기 직전 지방청 출장길에 자동차학원 감독부서인 지방청 교통과에 들러서 담당자와 수인사도 나누며 그들로부터 축하의 말도 들었다. 퇴직하자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학원 측으로 주터 입사서류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원 전체 직원의 회식자리에 초대되어 인사를 나누었고 며칠 후 정식 출근을 하기로 되어 있는 시일보다 먼저 학교 방학이 시작되어 학원 수강생이 몰리게 되어 조기 출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있었다. 자동차학원 운영 전반에 걸쳐 비위 문제가 돌출하게 되면 그 형사 책임은 학원감독직에 있는 자가 지게 되어 있고. 현직에 있을 때 지역 학원에서 비리문제로 감독직에 있던 대 선배가 검찰에 구속되는 사례를 직접 눈으로 보아온 경험도 있었던 터다. 

 내가 그린 그림은 학감으로 임기 5년을 채우고 그동안 자동차운전면허 이론 강사 자격증이나 실기 자격증을 취득하여 재취업하여 자동차운전면허 학원에서 10년 이상을 그곳에서 생활하는 것이었는데 이상(理想)으로만 그려졌을 뿐 끝이 났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연금수급자로 살기로 했다.

        

 아침 6시에는 눈을 뜬다. 창문을 열고 이부자리를 정리하고는 침대 위를 테이프로 닦아내고는 안방 화장실로 들어가서 양치질과 세수를 한다. 그런 다음 간단한 스킨과 크림을 바른 후 언제부턴가 선크림은 필수가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관리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옛날 어른들이 저승꽃이라고 불렀는데 얼굴 검버섯을 말한다. 젊은 날에는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얼굴에 기미가 생겼다가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되곤 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본인이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이어서 노트북을 열고 오늘 날자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날자와 날씨, 그리고 오늘 해야 될 일이나 탁상용 달력에 메모된 내용이 있으면 적어놓고 노트북을 닫는다. 마무리는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할 것이다. 현관에 가서 조간신문을 챙겨 오고 생수를 한 컵 마신다음 거실 화장실로 들어간다. 우리 집 화장실 두 개중에 거실 화장실 변기에만 코웨이 세정기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볼일을 마치고 나면 오전 7시 10분경 집사람과 같이 집을 나선다. 나는 죽림 현종이네 집으로 가는 길이고, 집사람은 현종이네 집 옆 죽림주공아파트에 자기 아빠와 단둘이 사는 초등학교 1학년 생을 깨워서 밥을 챙겨 먹이고 등교하는 것을 도와주는 아르바이트 일을 하러 가기 때문이다. 

  8시 10분 까지는 현종이네 집 앞 베란다 의자에 앉아 가방 속에 든 수필집을 꺼내 수필 두 편 정도를 읽는다. 수필을 읽는 이유는 내 자신을 위한 독서이기도 하지만 외손자 둘에게 본보기를 보이기 위한 제스처이다. 그런 다음 거실로 나와서 현종이 책가방과 마스커 등을 챙긴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집을 나선다. 차 시동을 걸고는 알바일을 마친 집사람이 오기를 기다린다음 도착하면 곧장 출발한다. 원문고개를 넘어 무전동 소재 통영초등학교 정문까지 대충 15~20분 소요된다. 8시 30분경 현종이가 등교하고 나면 이후 북신동 재래시장이나 월드마트로 가서 집사람이 시장을 보는 경우에 동행하기도 하고, 곧장 집으로 오기도 하고 더러는 아침밥을 부일복국, 콩나물 24시, 호동식당, 새터 시락국 등을 부부가 같이 먹기도 한다.

 외식을 하지 않는 날에는 곧장 집으로 와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면 집사람이 세탁기를 돌려서 나온 세탁물을 부엌 싱크대 앞에 내다 놓으면 앞 베란다 건조대에 널기는 내 몫이다. 그러고 나서 헬스 가방을 챙겨 늦어도 11시경에는 집을 나선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오면 오후 2시경이다. 이전에는 컵라면 등으로 간단한 점심 식사를 하고 수영장으로 갔었는데 식사 후 곧장 수영강습이 좀 무리인 것  같아서 우유나 토마토 갈아놓은 것을 한 컵 마시고 집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인 통영수영장으로 간다. 2시 40분부터가 오후 3시 타임조가 입장 시작 시간인데 나는 이미 헬스 샤워장에서 샤워를 했기 때문에 2시 50분경 탈의실로 입장해서 수영복으로 환복하고 2시 55분경 수영장으로 들어가면 2~3분 후 전체 준비운동이 시작된다. 약 5분간에 걸친 강사의 진행에 따라 준비운동을 마치고 나면 각 반별로 강습이 시작된다. 초급반은 지난 5월 1일부터 시작했고, 16명이 등록했는데 중간에 4명 정도가 탈락했고 6월 들어 6명이 신입으로 들어왔다. 신입 6명 중 한 명은 남망산 수영장에서 입문을 한 여성분인데 우리 아파트 3~5라인에 사는 렉서스를 타는 할머니다. 50분간 수영강습이 마치고 나면 모두 모여 손을 맞대고는 파이팅을 외치고는 강습 종료다. 샤워장에서 비누칠 없는 간단한 샤워를 하고는 환복 하고는 집으로 돌아온다. 안방 책상 앞에 앉으면 이제 온몸에 땀이 나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수영장 물속에 있을 때는 몸에 땀이 나는지 느끼지 못한다. 전신운동이고 초보라서 힘들다.  

 조간신문 마지막장 오피니언란과 사설은 필독이다. 그러고 나서 빨래건조대에서 세탁물을 걷어서 정리를 한다, 내 의류는 안방으로 가져와서 각 품목의 위치에 정리를 하고 집사람 세탁물은 거실에 가지런히 정리해 놓는다. 여기까지가 가사 담당 내 몫인 셈이다. 이제부터는 저녁식사를 할 궁리를 한다. 집사람은 아침밥을 챙겨주고 나서 오전 10시 30분경 출근하여 통영고등학교 자판기 관리일과 봉평동 어린이 돌보미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밤 10시경이 되기 때문에 저녁식사는 내가 알아서 적당히 해결해야 한다. 틈틈이 떠오르는 수필 자료를 메모해 두었다가 시간 되는대로 습작도 한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전혀 지루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그렇지만 세월이 유수(流水)라더니 그 말이 옛 어른들 만이 하는 말인 줄 알았더니 어느덧 그 말의 주인공이 내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느끼고는 몸서리쳐진다. 가끔은 청소년기에 서로 좋아했었지만 내가 군입대한 이후로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던 이웃 동네 경아가 부산의 어느 하늘아래서 노래 가사말처럼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고 있겠지 하고 막연히 심란해지기도 한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이젠 알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