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4.06.30(일) 이영진,빈영숙이 난데없이 나타났다

버팀목2 2024. 6. 30. 15:37

2024.06.30(일) 비

 

 

 

 유월에 마지막날 난데없이 영진이한테서 전화가 오더니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한다. 영숙이랑 3~40분 이후면 도착할 거고 지난번에 당신이 계산했으니 이번에는 자기가 밥을 살 거라고 한다.

 이영진이와 빈영숙이는 초등학교 같은 반 동창이다. 영진이는 절친이기도 하다. 영숙이는 초등학교 졸업하고 사석에서는 내 조카 미선이 결혼식장에서 딱 한번 마주쳤다. 

그래서 부랴부랴 헬스장 가는 것도 접어두고 안방 세면장으로 가서 면도를 하고 나와서 청도갈비 식당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했다. 그렇게 해서 만나서 어릴 적부터 살아오면서 해피소더부터 꺼내기 시작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거의 반이나 풀었지 싶다. 마주 앉은 영숙이는 자기 사촌언니가 내 둘째 형수님이다. 그러니까 사형지간이다. 형수님 어릴 적 이야기도 처음으로 영숙이로부터 들었다. 오빠가 둘이 있었고, 부친이 돌아가시고 난 후 오빠들은 큰아버지 댁으로 들어갔고, 형수는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갔는데 어머니는 재혼한 가정에서 자식들을 내리 낳으시고 형수는 씨 다른 형제들을 엎어 키우느라 초등학교도 못 가고 있었는데 소문을 듣고 교편생활을 하고 있던 삼촌(영숙이 집) 집으로 13살 때 들어왔다고 한다. 나이가 그러하니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할 수도 없고 하여 삼촌집에서 식모처럼 살다가 시집을 온 것이 우리 둘째 형님을 만났다고 한다.

 형수는 비록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둘째 형님과 살았지만 그런대로 살림은 넉넉한 편이었다. 큰 형님이 여수에서 삼양사(제일제당) 소속 무역선 선원으로 종사했는데 그 당시는 밀수가 유행이었다. 대일무역선에서 주로 남, 서해안에서 잡은 참치 선어를 일본으로 싣고 가는 것이었다. 일본 항구에서 2~3일간 정박해 있는 동안 일본산 가죽잠바, 청바지, 녹용, 생필품 등을 구매를 해서 선박 내 숨겨 들어와 세관원의 눈을 속이고 반입하여 국내에 판매를 하는 밀수가 선원 봉급보다 월등히 많은 시절이었다. 그렇게 벌어서 형님은 고향에서 아버지가 못살아서 천대를 받은 앙갚음으로 농지가 나오는 대로 사 모았고, 둘째 형은 큰형이 사 모은 농지를 관리하고 농사를 지었다. 그 대가로 결혼해서 수월찮은 땅떼기와 집 한 채를 상속받았다. 자식도 아둘 둘과 딸하나를 낳아 남부렇지 않게 살았었다. 그런데 형수님이 갑작스레 급성 뇌종양이라는 병을 얻어 진주 경상대학병원에서 자기 발로 걸어서 들어가서 수술 후 제 발로 걸어 나오지 못하고 저승 사람이 되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그렇게 살다가 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