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0.10.23(금)

버팀목2 2020. 10. 23. 10:53

 

 

2020.10.23(금) 맑음

오늘이 절기상으로 첫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군요

아침에 며칠 전 암막커튼 구매 관련 집사람에게 구매처를 물었던 사실과 관련하여 커튼을 샀는지 물어오기에 내가 지인에게 판매점 장소를 알려주고는 이후 확인할 필요가 없는터라 그냥 넘어가려 하려는데 우리 집 안방 커튼이 거론되어 사실은 내가 사용하면서 거튼 길이가 너무 길어 불편하다고 했더니 토를 달고 나오는 통에 그냥 옷 수선점에 가져가서 길이를 잘라오라고 했더니 또 똑똑한 척하고 나오는 바람에 가위를 들고 커튼을 팍팍 잘라버렸습니다.

그래 놓고 보니 진즉 잘라버릴 것을 이제껏 방치해놓고 불편을 감수하며 살이 온 것이 후회 막겁이었습니다.

 

저녁엔 거창 집 식당에서 재통영 고중 23회 시월 모임이 있었습니다

8,9월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실시로 인해 모임을 회피해 오다가 1단계로 하향했기에 이번 달 모임을 가졌습니다.

정부에서 코로나 19를 빌미로 국민을 통제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雲頂은 아침 공양을 마치자 바랑을 챙겼다.

 

<스님, 이거 얼마 안 됩니다만 노자에 보태시지요>

<아닙니다, 스님, 걸어서 걸어서 갈 것이니 차비가 필요 없고 객승에게 한 끼 밥 하룻밤 잠자리 거절할 만큼 아직 세상인심은 변하지 않았는데 돈이 어디에 필요하겠습니까... 받은 것이나 진배없으니 소승이 떠나는 길에 짐 지우지 마시고 가볍게 떠나게 해 주십시요 소승의 진정입니다>

운정은 주지의 손을 잡고 간곡하게 말했다.

 

열아홉 나이에 불사에 참여한 그 목수가 각황전을 다 짓고 났을 때는 일흔아홉이 되어 있었다 한다. 실로 60년의 세월이 흘러간 것이고, 그는 그동안 각황전 언저리를 한 번도 벗어난 일이 없었다. 완공과 함께 머리에 동여맨 수건을 푼 그는 각황전 돌계단을 걸어 내려와 뒷개울로 사라졌다. 그는 한나절이 넘도록 몸을 씻었다. 그리고 그날 밤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가 눈을 감자 어둠에 묻혀 있던 경내가 갑자기 휘황한 빛으로 밝아졌다. 놀란 대중들이 밖으로 나와 보니 한 마리의 백학이 현란한 빛을 뿜으며 각황전 위를 너훌너훌 날고 있었다. 그 백학은 각황전 위를 세 번 돌고는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목수를 어찌 기술자라고만 부를 수 있을 것인가. 각황전이 어찌 솜씨로만 이룩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솜씨 뛰어난 기술자였을 뿐이라면 그 목수가 어찌 60년의 세월을 견디고 참아낼 수 있었을 것인가. 每時가 차가운 인내로 채워졌음이고, 하루하루가 뜨거운 신심으로 타올라 마침내 時空界를 초월하는 경지에 들어 60년 세월을 하루같이 된 것이 아닐 것인가.

 

각황전을 하염없이 올려다보고 있는 운정의 가슴에는 공허한 바람이 맴돌고 있었다. 삭발한 지 40여 년, 어느 길을 돌고 돌아 여기에 와 있으며, 깨닫고 이루었음이 그 무엇이란 말인가. 스스로의 허망한 그림자를 보아야 하는 고뇌스런 신음이었다.

 

일찍이 선암사로부터 발길을 시작해 지리산을 돌아 경상도로 건너가 태백산맥의 긴긴 줄기를 거슬러 오르며 금강산에 이르기까지 대소 사찰을 거의 빠뜨리지 않고 들렀고, 다시 그 길을 되짚어 내려오면서 살펴보았지만 각황전만 한 불전을 찾지 못했음이 결코 우연한 일만은 아니었음은 백학으로 환생한 그 목수의 넋이 깨우치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이 독특한 문 창살 하나, 기와지붕, 그 목수의 넋은 각황전 부분 부분에서 역력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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