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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1(목) 제1회 고동주 문학상 심포지엄 및 시상식 다녀온 후기

버팀목2 2024. 1. 11. 11:49

2024.01.11(목) 맑음

 

☆    겨  울   나  무   아  래  서

가을을 예고하던 은행잎은 떨어지고
겨울이 왔다고 소식 전하던 플라타너스 마저
다 떨어진 가지에 하얀 눈뭉치 하나
내 이마 위에 추락하는 소리

깊어진 생각에 앙상한 나무 아래서
고개를 숙이고 어쩔 줄 모르는 나
아직도 읽지 않은 낙엽 하나 넘기며
슬그머니 사라저간 사랑 이야기와
서운 했던 작별의 시간을 음미하려 한다

자신도 잊어버리고 세월도 망각한 채
달려가고 달려오던 꿈같은 시절
수레바퀴에 휘말려 기적 소리처럼 희미 하지만
지나 놓고 보면 아쉬움만 남아
자꾸만 돌아서게 되누나

잎은 떨어지고 헐벗어 춥지만
사색의 나뭇가지에 남은 흔적
지난날 모습 하나하나 그려보며
지금이라도 향방없이 달려가고픈 충동
서성이면서 달래주고 있다


☆* 자연 관조와 명상, 시가 되다 *   중에서  /   백  원  기         글



♤            에           필          로          그

첫눈 내리면
그 숲 어디에서 홀연 나타나 내 가슴속으로 걸어왔다

먼 나라까지 날아가 긴 부리로 계절을 
쪼아 먹던 철새도 병들면 겨울 숲 둥지로 돌아와 날개 접었다

얼음 밑 흐르는 강물 따라와 그 숲에 닿은 상처 난 여인들
차디찬 강물에 발 담그고 마른 갈잎 한 움큼 손에 쥐고

북국으로 떠난 여자의 안개 같은 언어가
굴러 다니는 그 숲길에서 눈 맞으며
하얀 눈 맞으며 숲의 아픈 웃음으로 돌아온 눈 속 여자여

나의 가슴에 겨울 숲으로 남아 있는
긴ㆍ잠, ㆍ자ㆍ는ㆍ여ㆍ자ㆍ여ㆍ

☆ 겨울 숲의 여자     /    김    찬     일

☆* 시 전 집 *      중에서   ♡

 

 

 

저녁 귀가 시간이다.

 

 

심포지엄 발제자로 나선 두분의 발제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각각 한 사람씩 질문을 던졌다.

먼저 정영자 문학평론가에게 질문한다고 마이크를 잡은 물목문학회 회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70대 박건오씨는 고동주 전 시장의 재직시 업적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났고,

 

문학평론가, 수필가, 사)한국수필가협회 최원현 이사장에게 질문을 던졌던 모 문학회 여성회원의 질의 내용과 최원현 이사장의 답변을 기억속에서 되살려 보았다.

 

질문 : 고동주 수필가의 '동백의씨', '군불'을 읽으면 고동주 수필가는 어렵고 처절한 삶을 살았기에 그런 수필을 자기 고백처럼 쓸 수 있었다고 보여지는데 저는 평범한 삶을 살아 왓는데 그런 수필을 쓸 수가 있을까?

 

답변 : 한마디로 충분히 쓸 수 있다. 어젯밤에 눈을 감았는데 아침에 눈을 뜨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평범하게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어 '감사' '감사' '감사'에 대한 글을 쓰면 된다.  

 

 

 

고동주 수필가는 1936년 8월 22일 통영시 산양면 오곡도에서 출생했다

그의 나이 네살 때 동네 청년들이 산돼지 잡아서 잔치한다고 오라고 해서 병이 채 회복되기 전에 돼지고기를 먹은 것이 탈이 되어 재발된 장티부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서른셋의 나이로 요절하셨고,

 

-고동주의 삶과 문학 - 제1회 고동주 수필문학 심포지엄-

 

한려수도 물빛에 담긴 정의 미학, 그 그리움으로 읽는 수필

- 고동주 수필의 정의 미학-

                                                                                 최원현

1. 들어가며 - 수필가 고동주

 -중략-

2. 통영사람 고동주의 삶과 문학

-중략-

3. 문학의 씨 - 유년기의 이별 

고동주 문학의 배태(胚胎)는 아무래도 간난(艱難)의 삶이었던 유년기였으며 특히 그만 남겨져 버리게 한 이별이었다. 고동주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런 그의 삶은 대부분 수필가답게 글로 표현되어 책으로 나와 있다고 했지만, 특히 고아 소년이 민선 시장의 꿈을 이루기까지의 눈물겨운 삶을 그린 《그래도 외롭지 않았다》(한국문화사)는 눈물 없인 읽을 수 없다. 고동주의 나이 네살 때 서른 셋에 장티푸스 재발로 요절한 아버지, 2년 후 어머니마자 개가改嫁해 버리고, 유일한 기둥이요 그늘이었던 할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그는 홀로서기를 터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유년기를 '그래도난느 외롭지 않았다'고 하면서 '이별-숙부님-해방-더부살이'의 넷으로 나눠 이야기한다.

 

-중략- 

그렇게 아버지가 가신 2년 후 어머니가 거제도의 갯마을롤 개가를 했고 철없는 아이는 그 어머니를 따라갔다가 반년 후 할아버지께로 돌아오지만, 할아버지도 곧 돌아가셔서 소년은 완전한 고아가 된다. 그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외로움과 서러움으로 꽉 차버렸다. 날마다 눈물 젖은 소년기였다. 밤이나 낮이나 파도가 울고 물새가 울고 해풍이 같이 울어주었지만 그 자연의 통곡이 천애 고아인 나에게  위로가 되어 주지 못하였다.'며  그때의 심정을 말하지만 실제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해서 그는 '나는 이때부터 홀서기를 터득하는 계단을 하나씩 오르기 시작'했다고 했다.

 

고동주의 유년기는 그렇게 절망과 슬픔으로 막을 내렸지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힘이요, 위대한 진리 곧'홀로서기'를 깨닫게 되었다 할 수 있다.이러한 유년기만 보아도 그가 그 후의 삶에서 얼마나 치열하고 험난한 싦을 살아야 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별만큼 슬픈 일이 있겠는가. 고동주에게 이별은 특히 절망일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개가, 할아버지의 죽음까지, 그 암담함과 처절한 비탄감 속에서 어리지만 그걸 딛고 일어나려는 의지를 불태웠다. 여기에 '그래도'가 있었는데 그 '그래도'가 있게 한 힘은 바로 미혼인 숙부였다.

 

숙부님은 어디를 가나 늘 나를 데리고 다녔다. 겨울밤 갯바위 낚시할 때도, 공동묘지 뒷산에 나무 베러 갈 때도 같이 가야 했다. 겨울 갈바람에 손발이 몹시 시려도 참아야 했고, 칠흑 같은 밤 갯바위 틈에서 도깨비라도 불쑥 나타날 것 같은 무서움도 울지 않고 참아내는 연습을 했다. 왜 그렇게도 춥고 무서운 곳을 자주 가야만 했는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나약하지 않고 겁 없이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훈련이었던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숙부님> 중에서           

 

 홀로 남은 어린 조카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삼촌은 무엇보다 그것이 걱정되어 자신의 방법으로 조카를 무섭게 훈련을 시킨 것이다. 그렇게라도 훈련되었던 그가 입학 무렵엔 해방을 맞았고, 6.25도 맞았다. 동쪽끼리 피바다를 이루는 처참한 광경도 목도 했다. 그는 동경의 대상이던 육지로 나갔다. 큰고모님 댁이 있는 '달아'라는 마을이었는데, 2남1녀의 고종사촌들이 있었지만 잔심부름이며 소먹이까지 홀로 다 했다. 하지만 사건이 생겨 쫓겨나고 숙부님 손에 이끌려 형편이 어려운 작은고모님 댁에서 그 집 5형제에 끼어 더부살이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유년기의 어려움은 그의 삶의 자산이 되어 일생을 사는 데, 어떠한 어려움에도 중심을 잃지 않게 하는 배의 평형수와 같은 의식을 갖게 해주었다.

 

고동주 문학에서 가장 감동적인 작품을 들라면<동백의 씨>라 할 것이다. 그의 스물 한 살 청년기 군 입대 후 첫 휴가 때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도 《그래도 외롭지 않았다》에 <잊지 못할 그 휴가>에 나온다. 산 넘고 물 건너 찾아온 천리 길이었건만 숙부가 출타 중이어서 만나지도 못하고 외숙모의 냉대속에 여비도 없는 빈 주머니로 나룻배에 오른다. 그런 암담함에 어찌할 바 모르지만 배는 떠났다. 그런데 마을 뒷산 언덕에서 열세 살 사촌 여동생이 "오빠!" 하며 뛰어내려온다. 다시 배를 대자 어린 작은 손에 오빠를 위한 여비를 만들어 온 것이었다. 동리 아주머니들께 동백 씨를 주워 갚을 테니 돈을 빌려달라  얻어 온 돈이었다.    

-중략-

 

4. 고동주 문학의 문학적인 성과

-중략-

5. 나가며 - 고동주를 그리며

-하략-

 

 

저녁에 월드마트에 로또 복권을 구매하고 나오면서 부촌식당에 들렀다가 한사장을 만났다.

자연스레 합석이 되었고 상 위에 보니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저가 두 세트나 놓여 있기에 의아해 있더니 결국 끝까지 올 사람이 있다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참 좋은 사람이다 언제 만나도 웃는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