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4.03.16 경우회 총회, 그리고 하동행

버팀목2 2024. 3. 17. 09:27

2024.03.16(토) 맑음

 

 

☆      지금, 사랑하지 않은 자, 모두 유죄

나는 한 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 헤어질 때 울고 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ㆍ정ㆍ믿ㆍ었ㆍ다ㆍ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너 , 그리 살아 정말 행복하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 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ㆍ보ㆍ다ㆍ충ㆍ만ㆍ하ㆍ게ㆍ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이번 봄도 감옥 같은 방에 갇혀

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

 

☆*노희경 에세이집* 중에서  /  노   희  경   글

 

 

 

 

제48차 통영재향경우회 총회가 통영경찰서 4층 대강당에서 있었다. 총화를 마치고 2부 식사가 있었는데 나는 그 자리에 가지 않고 사전에 약속된 지인들과 하동으로 갔다. 요즘 제철인 참게탕과 재첩국을 먹고는 건너편 매화축제장으로 건너갔는데 축제가 열리고 있는 광양 매화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차량행렬이 움직이지 않았다. 급히 유턴을 해서 돌아 나왔다.'

 

저녁에는 죽림 현종이네 집에서 가족들과 식사모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