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3(수) ☆ 단풍나무 한 그루의 세상 자고 난 뒤 돌아 앉아 옷 입던 사람의 뒷모습처럼 연애도 결국은, 지워지지 않는 전과로 남는다 가망 없는 뉘우침을 선사하기 위해 사랑은 내게 왔다가, 이렇게 가지 않는 거다 증명서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교정의 단풍나무 아래 앉아 있는 동안 이곳이 바로 감옥이구나, 느끼게 만드는 거다 사람을 스쳤던 자리마다 눈 감고 되돌아가 한 번씩 갇히는 시간 언제나 11월이 가장 춥다 모든 외도를 지우고 단 한 사람을 기다리는 일만으로 버거운 사람에게 이 추위는 혼자서 마쳐야 하는 형기? 출감 확인서 같은 졸업증명서를 기다리며 외따로 선 나무 아래 외따로 앉아 있는 추운 날 붉고 뜨거운 손이 얼굴을 어루만진다 혼자 불타다가 사그라지고 다시 타오르는 단풍나무 한 그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