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방 113

미륵산의 봄

미륵산의 봄 김봉은 미륵산에 봄이 왔다고 다들 난리다. 그리고 진달래는 물론이고 봉수골 벚꽃도 필 거라고 조만간 축제가 시작된단다. 그래서 내 눈으로 직접 봄을 보겠다고 나섰다. 200번 용화사행 시내버스를 타고 용호사광장 종점에서 내려서 우측 미수동 띠밭등 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여긴 아직도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냉골 바닥이었다. 미수동 띠밭등을 지나 작은 망 아래에 이르렀을 때 갈색 세상이 초록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얼레지 천국이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군락지에는 운동장 크기만큼이나 얼레지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어서 큰 망을 지나 봉수대 아래에 이르니 산자고가 대여섯 송이가 활짝 피어 나를 반겼다. 이 길은 박경리 묘소를 조망할 수 있는 사잇길로 사람들의 왕래가 별로 없는 길이다. 그래서 사람..

글쓰기방 2024.03.20

내가 모시고 있었다-1-

내가 모시고 있었다 김봉은 '내가 데리고 있었다.' 공직사회에서 얼마 전까지 상사가 부하직원들에게 흔히 쓰는 말이다. 퇴직 후에도 무심코 그 말을 사용한다. 사실 가족들이 그 말을 듣는다면 불쾌할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수사과 형사계에 입문해서 선배들로부터 업무를 배우기 시작할 때 사용하는 용어가 낯설었다. 선배들이 사용하는 말을 사용해야만 태(態)가 나고 형사답다는 생각에 업무적인 단어에 적응하도록 노력했다. 대표적인 용어가 '일응(一應)'이라는 말이다. 일응? 한글 사전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아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①간접사실로 주요사실을 추정하는 일. ②갑이라는 사실로 을이라는 사실을 추정하는 방법. ③일본식 한자로 일단, 우선, 어쨌든 의미로 법조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였다. 검사가 사법경찰..

글쓰기방 2024.03.18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않는다 -1-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않는다 김 봉 은 긴 겨울밤, 뒷산에서 부엉이가 우는 날이면 이불 속에 엎드려서 좋아하던 친구에게 편지를 쓰곤 했다. 우체국 문이 열리면 부치려고, 아침에 다시 읽어보니 얼굴이 간지러워 부치지를 못했다. 아마 그렇게 밤에 썼다가 부치지 못한 편지가 수백 통은 되리라. 젊은 날, 감성에 젖어 쓴 편지를, 아침에 읽어보고는 아궁이 속으로 편지를 넣으며 외로운 마음을 달래곤 했다. 밤새 우체국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은 편지 부칠 생각에 가슴은 콩닥거리며 설레었다. 편지는 누가 뭐래도 군대 있을 적에 주고받는 편지가 제일 추억에 남는다. 동계 훈련을 마치고 피곤해하면서도 여자친구가 보내준 편지를 읽으면 용기가 솟고, 힘이 났었다. 솔직히 가족이 보내준 편지보다는 여자친구가 보..

글쓰기방 2024.03.18

여보 파이팅!

여보 파이팅!                                                                                              김봉은    언젠가 인터넷에서 보았는데 집사람 호칭이 12가지라고 한다. 나열해 보면 마누라, 부인, 집사람, 아내, 처, 당신, 여보, 임자, 자기, 색시, 여편네, 각시였다. 나는 집사람이라고 호칭하고, 부를 땐 '여보'라고 한다. 아내는 취미도 다양하고, 집에 있지를 못하는 성미다. 지금까지 취미나 가졌던 직업을 나열해 보면, 배드민턴, 난타,  장구, 휘타구, 동화책 외판원, 보험회사 설계사, 한식 요리사, 장애인 복지사, 유아돌보미 등의 직업을 가졌거나 취미활동을 했다. 한때 누비를 하면 돈을 잘 번다고 하면서..

글쓰기방 2024.03.13

2024.03.12(화)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 관념

2024.03.12(화) 흐림 ☆ 노 을 종일 지친 몸으로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 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서행하며 이미 어하루둠이 깔리는 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휴지로 타들어가는 오후 6 시의 참혹한 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시간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상징들을 몰아내고 있다 도시는 곧 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속도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책이 되리라 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인생을 텅 텅 흔드는 것 오후 6 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 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

글쓰기방 2024.03.12

계묘년(癸卯年) 마지막 산행을 지리산 천왕봉에서

계묘년(癸卯年) 마지막 산행을 지리산 천왕봉에서 김 봉 은 2023년 마지막 날, 오랜만에 지리산 천왕봉(1,950m)을 오르기로 했다. 천왕봉을 오르는 중산리~칼바위~망바위~천왕봉(5.4km) 코스는 최단코스인 만큼 급경사이다. 산을 자주 오른다 해도 약간의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쉬운 코스인 중산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자연학습원 입구(3.0km)까지 가서 거기서 로터리 대피소(자연학습원~로터리대피소)로 올라가면 안전하고 수월하다. 나름 그 코스를 머릿속에 그리며 갔다. 문제는 천왕봉 산행을 제안한 구대장은 분명 칼바위 코스로 작정하고 있을 터이다. 원래 그 코스가 자기 스타일에 딱 맞다며 그리로 가자고 할 것이 분명하니 셔틀버스를 탈 구실을 생각해 보았다. 오전 6시 30분 무전동에 있..

글쓰기방 2024.03.04

반려묘(猫) 이야기

반려묘(猫) 이야기                                                                                                                     김봉은    언젠가 지인에게서 들었던 반려묘 이야기이다. 어젯밤은 그 때문에 잠을 설쳤다. 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머릿속에 메모해 두었다가 옮겨 적는다는 것이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할 일을 제때 하지 않았을 때 돌아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결과다.  옛날에 어른들이 고양이는 영물(靈物)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 그래선지 지인에게서 들었던 반려묘 이야기는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사연은 이러했다.  지인은 아들이 둘인데 큰아들은 호주로 유학을 보냈고, 작은아들은 공군으로..

글쓰기방 2024.03.04

2024.03.04(월) '내가 데리고 있었다'

'내가 데리고 있었다' 김봉은 '내가 너를 데리고 있었다' 공직사회에서 흔히들 상사가 부하직원들에게 쓰는 말이다. 더 나아가 퇴직 후에도 그 말을 곧장 사용한다. 이 말은 부정적인 언어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옛날 내가 처음으로 수사과 형사계에 입문해서 수사업무를 선배들로부터 배우기 시작할 때는 업무상 사용하는 용어부터가 낯선 용어들로서 굳이 그 언어들을 사용해야만 태(態)가 나고 형사스러움에 적응해 나갔다. 대표적인 용어가 '일응'이라는 말이 있었다. 일응이란? 한글사전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고 인터넷 검색결과 간접사실로 주요사실을 추정하는 일, 갑이라는 사실로 을이라는 사실을 추정하는 방법, 일본식 한자로 일단, 우선, 어쨌던 의미로 법조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였다.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수사지휘를..

글쓰기방 2024.03.04

네팔 히말라야(랑탕) 7일차 첨삭본

▣. 네팔 히말라야(랑탕) 트레킹 7일 차 김봉은 2023.09.28.(목) 맑음 오늘 코스는 체르코리(4,984km) 9km 왕복이다. 새벽 2시에 기상해서 여성 대원이 투숙한 객실로 모두 모였다, 간단한 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누룽지와 무 김치와 깻잎, 장아찌로 식사를 했다. 어제 미리 포터들에게 수고비를 지불하고 개인 배낭을 4개를 만들어 짐을 맡겼다. 우리 원정 대원들은 머리에 헤드랜턴과 스틱만 소지한 채 03:00경 롯지를 나섰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은하수를 이루어 총총 빛나고 있는 그것 보니 오늘 날씨는 화창할 것 같다. 추석을 하루 앞둔 음력 팔월 열나흘 상현달과 샛별이 떠 있다.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새벽녘 동쪽 하늘에 유난히 밝은 샛별이 떠오른 것을 보았..

글쓰기방 2024.02.18

'개 식용 금지 특별법' 국회 통과에 즈음하여 나의 소회

2024.01.09자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처벌은 3년간 유예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나랏님과 영부인 덕분인가? 반려견 키우는 사람들이 쌍수들고 난리가 났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사육농가 약 1,150곳, 도축 업체 34개, 유통 업체 219개, 식당 1,600 여개 그들의 생존권과 개고기를 먹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결코 적지 않다. 그리고 우리가 먹는 소, 돼지, 염소, 닭, 오리 등도 친근한 동물이고 결국 먹고 있다. 나도 주변 지인들과 어울려 몸보신에 좋다며 여름철에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 양미경 선생님의 수필집 '고양이는 썰매는 끌지 않는다'가 떠 올랐다 역설적으로 '개는 쟁기를 끌지 않는다'는 말도 뇌리에 떠 올랐다. 농경사회였던 우리의..

글쓰기방 202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