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8(금) 흐림 11˚ / 1˚ ☆ 그 랬 으 면 좋 겠 네 애인이 빨리 늙어 소처럼 느리고 순해지면 좋겠네 빨리 늙은 애인이 느지막이 일어나 찬 없는 밥을 우물우물 먹고 나서 산수유 꽃피었드만 그거나 보러 가지 그랬으면 좋겠네 사람 구경도 참 쏠쏠하구먼 천천히 걷지 뭐, 그랬으면 좋겠네 강 언덕에 시름도 없이 앉아서는 노을빛이 퍽 곱구먼, 그랬으면 좋겠네 주름진 내 손을 슬쩍 당기며 거참, 달빛 한 번 은근 하네, 그랬으면 좋겠네 애인이 빨리 늙어 꾀병 같은 몸 사랑은 그만두고 마음 사랑이나 한껏 했으면 좋겠네 산수유 그늘 아래 누워 서로의 흰 머리칼이나 뽑아 주면 좋겠네 성근 머리칼에 풀꽃 송이 두엇 꽂아 놓고 킥킥거렸으면 좋겠네 아직도 철부지 소녀 같다고 거짓 농이나 던져 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