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2(화) 흐림 ☆ 노 을 종일 지친 몸으로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 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서행하며 이미 어하루둠이 깔리는 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휴지로 타들어가는 오후 6 시의 참혹한 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시간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상징들을 몰아내고 있다 도시는 곧 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속도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책이 되리라 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인생을 텅 텅 흔드는 것 오후 6 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 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