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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않는다 -1-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않는다 김 봉 은 긴 겨울밤, 뒷산에서 부엉이가 우는 날이면 이불 속에 엎드려서 좋아하던 친구에게 편지를 쓰곤 했다. 우체국 문이 열리면 부치려고, 아침에 다시 읽어보니 얼굴이 간지러워 부치지를 못했다. 아마 그렇게 밤에 썼다가 부치지 못한 편지가 수백 통은 되리라. 젊은 날, 감성에 젖어 쓴 편지를, 아침에 읽어보고는 아궁이 속으로 편지를 넣으며 외로운 마음을 달래곤 했다. 밤새 우체국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은 편지 부칠 생각에 가슴은 콩닥거리며 설레었다. 편지는 누가 뭐래도 군대 있을 적에 주고받는 편지가 제일 추억에 남는다. 동계 훈련을 마치고 피곤해하면서도 여자친구가 보내준 편지를 읽으면 용기가 솟고, 힘이 났었다. 솔직히 가족이 보내준 편지보다는 여자친구가 보..

글쓰기방 2024.03.18

2024.03.17(일) 고농 37회 총회가 있는 날

2024.03.17(일) 흐림 ☆ 사랑, 그 한 잔의 바람 그리움이 싱그러운 햇살 되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계절 입니다 봄을 품어 설레던 꽃잎들은 숲이 되어 계절을 가르고 인과 영은 바람이 되어 사랑을 가릅니다 세월 흐르는 강가에서 내 빈 잔에 한 잔 가득히 채우려는 간절한 이 몸짓은 아마도 사랑이라는 가슴 시린 바람인가 봅니다 채워도 채워도 다 채우지 못하는 바람 황홀한 계절은 대지를 혼절케 하고 내 빈 잔에 흐르는 그리움은 사랑이라는 바람이 되어 나를 혼절케 합니다 그 한 잔의 바람이 되어 당신은 내 빈 잔을 채웁니다 ☆* 내 안의 그대에게 * 중에서 / 김 건 형 글 ♤ 에 필 로 그 아낌없이 버린다는 말은 아낌없이 사랑한다는 말이리 너에게 멀리 있다는 말은 너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는 말이리 산..

일기방 2024.03.17

2024.03.16 경우회 총회, 그리고 하동행

2024.03.16(토) 맑음 ☆ 지금, 사랑하지 않은 자, 모두 유죄 나는 한 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 헤어질 때 울고 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

일기방 2024.03.17

2024.03.15(금) 말 바꾸기가 '시대정신'

2024.03.15(금) 맑음 ☆ 어 쩌 다 나 였 을 까 나의 이름이 벼랑 끝 푸른 소나무일 때가 있다 나의 모습이 썩은 나무 등걸에 독버섯일 때가 있다 어쩌다 나였을까 그ㆍ때ㆍ그ㆍ곳ㆍ에 소나무라면 잠시 청아한 정원수로 살다가 작은 문을 들치는 막대기로 쓰이다가 나중에 화톳불 땔감이어도 좋겠지 독버섯이라면 어느 죄인의 사약 사발에 담겼다가 서슴없이 가련한 한 가닥 명줄을 끊었을지도 몰라 아니, 그보다는 차라리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깊은 바위 계곡 폭포수 한가운데 불쑥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었으면 소리 없이 물안개 걷어가는 바람 한 점이었으면 어떨까 그것도 과하다면 한 점 가을 햇빛일 수 있겠다 모두가 눈부시게 바라보지만 보이지 않는 구름 속에 잠깐 빗방울로 살다가 강물로 사라지는 무지개 빛 비의 흔적을 ..

일기방 2024.03.15

2024.03.14(목) 양미경 수필교실 강좌, 그 날은 온다

2024.03.14(목) 흐림 ☆ 멈 추 지 말 라 고 멈추지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삶에 지쳐 세상 끝에 닿았다 생각되더라도 멈추지 말라고 멈추지는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길은 어디까지 펼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길은 그 어디까지 우리를 부르는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오직, 내일이 있기에 여기 서서 다시 오는 내일을 기다려 봅니다 누가 밀어내는 바람일까 흐느끼는 이 순간을 돌아가지만 다시 텅 빈 오늘의 시간이 우리 앞에 남겨집니다 내일은 오늘이 남긴 슬픔이 아닙니다 내일은 다시 꽃 피우라는 말씀입니다 내일은 모든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오직 하나의 먼 길입니다 멈추지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삶에 지쳐 세상 끝에 닿았다 생각되더라도 멈추지는 말라고 멈추..

일기방 2024.03.14

여보 파이팅!

여보 파이팅!                                                                                              김봉은    언젠가 인터넷에서 보았는데 집사람 호칭이 12가지라고 한다. 나열해 보면 마누라, 부인, 집사람, 아내, 처, 당신, 여보, 임자, 자기, 색시, 여편네, 각시였다. 나는 집사람이라고 호칭하고, 부를 땐 '여보'라고 한다. 아내는 취미도 다양하고, 집에 있지를 못하는 성미다. 지금까지 취미나 가졌던 직업을 나열해 보면, 배드민턴, 난타,  장구, 휘타구, 동화책 외판원, 보험회사 설계사, 한식 요리사, 장애인 복지사, 유아돌보미 등의 직업을 가졌거나 취미활동을 했다. 한때 누비를 하면 돈을 잘 번다고 하면서..

글쓰기방 2024.03.13

2024.03.13(수) 보리밥집 미팅

2024.03.13(수) 맑음 ☆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너로 말하건 또한 나를 말하더라도 빈 손 빈 가슴으로 왔다가는 사람이지 기린 모양의 긴 모가지에 멋있게 빛을 걸고 서 있는 친구 가로등의 불빛으로 눈이 어리었을까 엇갈리어 지나가다 얼굴 반쯤 그만 봐버린 사람아 요샌 참 너무 많이 네 생각이 난다 사락사락 사락 눈이 한 줌 뿌리면 솜털 같은 실비가 비단결 물보라로 적시는 첫 봄인데 너도 빗물 같은 정을 양손으로 받아주렴 비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스스러운 사랑으로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 아무것도 무상으로 주는 정의 자욱 바다엔 무슨 꽃이 피는가, 이름 없는 벗이여 ☆ * 충만한 사랑 * 중에서 / 김 남 조 글 ♤ 에 필 로 그 나의 밤 기도는 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 뜨는..

일기방 2024.03.13

2024.03.12(화)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 관념

2024.03.12(화) 흐림 ☆ 노 을 종일 지친 몸으로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 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서행하며 이미 어하루둠이 깔리는 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휴지로 타들어가는 오후 6 시의 참혹한 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시간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상징들을 몰아내고 있다 도시는 곧 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속도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책이 되리라 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인생을 텅 텅 흔드는 것 오후 6 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 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

글쓰기방 2024.03.12

2024.03.11(월) 봄비가 또 온다

2024.03.11(월) 비 ☆ 남자는 흘러간 로맨스를 잊지 못해 가슴에 묻어 두고 산다 ° 애잔한 생각이 드는 사연 ° 미국의 유수 공대에 다니는 어느 가난한 고학생이 우아하고 총명하게 생긴 지역 유지의 딸과 사랑에 빠졌다 여자 측 집안에서 둘을 갈라놓기 위해 여학생을 아주 먼 친척집에 보내 버렸다 남자는, 그녀를 찾기 위해 몇 달을 헤매 다녔다 그러다 비가 내리는 어느 날 그녀의 집 앞에서 해후를 하게 된다 여자가 힘 없이 말했다 ° 나, 내일 결혼해 ° 남자는 절망하며 말없이 있다가 ° 그럼, 내가 담배 한 대를 피우는 동안만 내 곁에 있어 줄래? °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종이에 말아피는 담배라서 몇 모금을 피니까 금세 다 타버렸다 짧은 시간이 흐르고 여자는 눈인사로 집으로 돌아갔고, 둘은 그 것..

일기방 2024.03.11

2024.03.10(일) 하동 · 구례 나들이

2024.03.10(일) 흐림 ☆ 매 화 가 시 매화에는 장미 보다 더 독한 가시가 있음을 이제껏 알지 못했네 왜 나는 반 백이 되도록 가시를 보지 못하고 꽃만 보았을까 나 원래 어리석으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천하의 이치를 다 알았던 조선의 선비들은 왜 이 엄연한 사실을 수천 년 동안이나 발설하지 않았을까 분명 그들은 몰라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거늘 그들은 피를 흘리면서까지 그토록 꽃만을 원했을까 아니면, 그토록 가시를 외면하고 싶었을까 그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보다는 가시에 찔리는 고통쯤은 꽃을 위해 마땅히 견뎌내야 할 때가였기에 차라리 혁명을 대신해 웃음으로 피를 즐겨 받아들였으리라 그러하니 그대, 겨우내 닫혀 있는 내 창을 열게 하고 매화로 오신 이여 몇 며칠 피를 보고 나를 찌른 이여 죽음을 택..

일기방 2024.03.10